언론이 세월호 인양을 둘러싼 유가족과 해양수산부 간 입장차를 ‘수습 대 진상규명’ 프레임으로 단순화하면서 유가족을 고립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해수부 받아쓰기’ 관행이 계속되면서 3년 전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다시 자극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습 대 진상규명’ 프레임은 지난 25일 해수부가 세월호 선체 절단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선체 절단 방침을 꾸준히 반대해 온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등은 해수부의 방침에 곧장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는 이에 조속한 ‘미수습자 수색’을 강조해왔다.

▲ 3월24일 국민일보 3면 보도
▲ 3월24일 국민일보 3면 보도

문제는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많은 언론이 해수부의 ‘미수습자 수색 우선 방침’에 세월호 유가족이 ‘진상규명 우선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는 식으로 단순화시켰다는 점이다. “해수부 ‘세월호 절단해야’ vs 가족 ‘절대 안돼’(뉴스1)”, “세월호 조사 신경전..‘졸속 해수부’ vs ‘음모설 그만’(이데일리)”, “‘미수습자 수색이 먼저’ vs ‘원인 규명 위해 절단 안 돼’(서울신문)” 같은 식이다.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분리시킨 보도가 시작되면서 유가족들 사이에선 ‘해수부 관점에서 유가족을 분리시킨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가족 모두가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음에도 해수부의 주장을 반영해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간 갈등 관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416가족협의회 한 유가족은 “미수습자 가족이나 우리나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다를 수 없다. 수습, 진상 규명, 선체 보존, 다 같고 우리 모두에게 최우선은 수습”이라면서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의 의견’임을 강조하면서 우리(유가족)가 (반대) 말을 꺼내면 수습을 방해한다거나 후순위로 미루는 것처럼 하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분리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족 간 갈등을 부각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신문은 416가족협의회측 반발에 “세월호 인양 뒤 객실을 조사하는 방법을 두고 희생자 가족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객실 부분만 떼어내 바로 세워 수색하는 게 미수습자 수습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견이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선체를 훼손하면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24일 “미수습 가족들은 시신을 찾는다면 어떤 방법도 괜찮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절단만은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 3월25일 서울신문 3면
▲ 3월25일 서울신문 3면

취재에 응한 유가족은 “내 아들이 무사히 올라온 게 아니다. 배 안에 보면 내 아들 이빨이 다 있다”며 “(분리 보도는) 그런 것을 무시해버린다. 미수습자, 유품 수습이 우리에게도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 측은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을 구분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체 절단으로 미수습자 시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클 뿐더러, 미수습자 가족에게도 시신 수습 후에 진상규명이 목표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다.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측이 낸 논평과 토론회 자료집 등을 종합하면, 유가족들이 선체 절단을 반대하는 이유엔 미수습자 수습이 포함돼있다. 박흥석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지난 23일 '세월호 인양 국회 토론회'에서 "(C데크 아래 절단은) 고열을 이용해 두꺼운 철판을 녹이는 동시에 바람을 불어 넣어 녹아내린 쇳물을 날려버리는 방식"이라며 "필연적으로 주변부의 손상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조사관은 "강한 열로 인해 시편 및 유류품 등이 손상될 위험성이 크다"면서 "절단 선에 있는 C데크 내부에 존재하는 화물차량 등이 붕괴해 쏟아져 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특조위 보고서에 따르면 C데크 위 화물은 모우 394톤, 차량 131대에 달한다.

해수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유가족들이 선체 보존을 우선으로 한 인양을 지난  2년 동안 주장해왔음에도 해수부는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유가족 측은 2015~2016년 동안 인양 작업이 소극적으로 추진돼 오랜 시간이 걸린 점, ‘선체정리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선체 절단 방식이 아닌 방안이 제시됐던 점, 유실방지책 없이 램프를 절단한 점 등을 들어 해수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 지난 3월26일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3월26일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 완전히 떠오른 반잠수선 위의 세월호.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해수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한 유가족은 “2016년 중순에 선수들기를 할 때 위험하다고 가족들이 경고했다. 해수부는 ‘갑판만 찢어지고 1m만 찢어졌다’고 발표했다. 인양된 선체 선수가 그랬느냐. 배가 갈라질 뻔했다”면서 “왜 언론이 이런 걸 지적하지 않느냐. 지금도 해수부 발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라면 해수부가 취재를 제한해도 반잠수식 바지선에 가겠다고 정식 요청해야 하지 않느냐. 배타고 들어가서라도 외관찍고 인터뷰하겠다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대부분 브리핑실에 앉아 있는데, 브리핑 때 (해수부가) 제대로 답변을 안하는게 많은데, 그걸 집중적으로 물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2년 넘게 준비했으면서 왜 이렇게 밖에 일을 못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3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회의감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유가족이 겪었던 ‘예의없는 질문세례’가 여전한 데다 세월호 취재에서 준비된 기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다. 그는 “배가 90도 넘어간 사진 보여주면서 ‘어떤 기분이냐’ 묻더라. 그때가 어떤 때인지 아느냐. 아이들이 살려고 발버둥친 시점”이라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 국민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내려와 유가족에게 ‘이게 뭐냐’ ‘저게 뭐냐’고 묻는다고 하던데, 최소한 기본이라도 알고 내려와야 하는게 아니냐”면서 “3년 전, 데스크급 기자를 현장에 내려보낸다거나 재난전문기자를 육성한다는 대안이 있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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