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의 촛불집회를 5개월간 기록한 ‘KBS 스페셜’ “광장의 기억”(가제) 편이 KBS 간부들의 반대로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PD협회에 따르면 ‘KBS 스페셜’ 제작진은 지난해 10월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의 촛불집회 방송을 제작해 편집까지 마치고 3월에 방송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KBS 일부 간부들이 해당 프로그램 편성을 미루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불방을 우려한 KBS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방송분은 촛불집회를 재조명하면서 박근혜와 같은 지도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편성·제작 간부들은 불방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PD들에 따르면 일부 간부들이 “이번 다큐멘터리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대선 이후로 방송을 연기하자”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11일 ‘KBS 스페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탄핵” 편 방송 갈무리.
▲ 지난 11일 ‘KBS 스페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탄핵” 편 방송 갈무리.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KBS본부)는 29일 성명을 내고 “국민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케 한 것을 되짚어 보는 것이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다”며 “그럼 뉴스마다 나오는 박근혜 탄핵과 수사 소식은 모두 선거에 영향을 주는 비정상적인 보도냐”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심지어 사측 간부들은 제작PD가 완성한 다큐멘터리의 편집본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보지도 않고 프로그램이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는 것에 제작진과 시청자를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렇게 고대영(사장)과 호위 세력들이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사이, 공영방송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들은 망가져 가고 있고 시청자에게 KBS의 이미지는 수구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채널로 각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또 “고대영 사장이 제작·방송본부 간부들에게 특정 프로그램들과 아이템을 직접 거론하며 ‘편향적’이라느니 ‘포퓰리즘’이니 ‘야당의 아젠다가 아니냐’는 식의 간섭과 통제를 시시때때로 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만일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번 ‘광장의 기억’ 불방도 이런 고대영식 통제의 결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여전히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공유하는 ‘광장의 기억’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만일 제때 방송하지 않는다면 이번 불방 사태는 지난 9년의 KBS 불공정방송 역사 속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방송 편성을 촉구했다.

앞서 28일 KBS PD협회(회장 류지열)도 “광장 민심은 부패하고 무능했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권좌에서 내쫓은 무혈 시민혁명이었고,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완성됐다”며 “특정 대선후보들에게 유불리한 방송으로 예단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회 의결과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조차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PD협회는 고대영 사장에 대해서도 “탄핵이 인용된 후에도 KBS는 여전히 시청자와 괴리돼 있다”며 “고 사장은 즉각 KBS 스페셜 ‘광장의 기억’ 편 방영 논란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 스페셜’ 방송 지연 논란에 대해 KBS는 29일 “제작진이 방송을 요구하는 ‘광장의 기억’(가제)에 대해 제작 책임자는 제작 지시를 내린 바가 없다”면서 “다만 PD가 역사적 기록과 다른 프로그램에 활용하기 위해 촬영을 요청해 승인했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촛불 민심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1월까지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3일’, ‘추적 60분’, ‘명견만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시의성 있게 방송했다”며 “그런데 1월 말 제작진이 기록한 영상을 토대로 방송을 요청해 와 대선이 끝나는 5월 중에 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