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대만공공방송(PTS) 선배 기자가 헌재 근처에 있었다. 선배는 현장의 동영상을 보내줬다. 촛불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박근혜 지지자들은 분노를 가감 없이 표출했다. “꼭 조심하시고 무슨 상황이 있으면 꼭 알려주라”고 선배에게 당부했다. 당시 PTS뿐 아니라 대만 4개 방송국 기자들 모두 헌재 근처에 있었다. WBC 야구 경기가 일찍 끝났기 때문에 현장으로 급히 파견된 스포츠 기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 정치, 그리고 박근혜 지지자들의 분노와 탄핵 민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오후 3시경 한 한국 신문사 기자가 문자를 보내왔다. “너 어디에 있어? 벽돌에 맞은 외신기자가 있다고 하던데 혹시 너인가 싶어서”라고 했다. 나는 “아니다. 나는 집에서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후 불과 몇 분 뒤 대만공공방송(PTS)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헌재 앞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나중에는 “친박집회에서 대만 기자가 폭행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해줬다. 파면 결과를 받아드릴 수 없었던 친박 지지자가 대만의 SET 기자를 돌로 내려친 것이다. 다행히 대만 기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무사히 귀국했다. 공격한 지지자도 검거됐다고 한다.
부상당한 기자와 같은 소속인 린징민(林敬旻) 대만 SET 기자는 “돌멩이와 술병이 내 귓가로 날아드는 순간 더 이상 친박집회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친박집회 현장에서 사망자가 나왔을 때 그는 제일 먼저 사진을 통해 무시무시한 현장 상황을 공개했다.
실제 한 선배가 영어로 대만에서 왔다고 밝히자 친박 지지자들의 반응이 순간적으로 바뀌기도 했다. 환호도 했고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한국 언론들은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북한이 좌익 지지자를 선동해 빨갱이들이 박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선배는 두려워했다. 그는 “현장에서 술 냄새가 너무 났다. 그들의 정서 상태가 불안정해 또 무슨 사고가 나올지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 부정적이다. 과거 반공 동맹국으로 ‘자유중국’이라고 불리는 대만에 대한 태도와는 또 다르다. 린징민 기자는 “우리가 대만 언론이라고 하면 그들은 우호적인 감정을 보이곤 했다. 우리와 악수를 나눴고 태극기를 주기도 했다. 중국어를 하는 이들은 우리에게 박 대통령의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함과 하소연하곤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