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가 SBS 지주회사 체제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SBS가 적자로 전환하는 동안 SBS 콘텐츠 판매와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SBS 콘텐츠허브(대표이사 유종연)와 SBS 플러스(대표이사 김계홍)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수익 빼돌리기’라는 지적이다.

SBS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건 2008년 3월 설립된 SBS 지주회사 미디어홀딩스(대표이사 윤석민·이웅모)다. SBS 미디어홀딩스는 SBS그룹 지주회사로 SBS 지분 36.92%를 갖고 있다. SBS 미디어그룹 윤세영 회장의 태영건설이 SBS 미디어홀딩스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SBS노조는 현재 지주회사 체제에서 대주주 지분이 높은 타 관계사들에 일감과 매출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불공정한 계약과 부당한 거래가 발생하면서 SBS 몫의 수익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SBS 콘텐츠허브 영업이익은 143억 원이었다. SBS 콘텐츠허브는 SBS 방송 콘텐츠 기획·투자·제작·유통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콘텐츠 권리와 이와 관련된 판매 사업, SBS 그룹 홈페이지 운영과 SBS 콘텐츠를 인터넷, IPTV, 모바일 등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맡고 있다. 즉 SBS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다. 

SBS플러스도 132억 원대 영업이익을 봤다. SBS노조에 따르면, SBS플러스 편성의 4분의 3은 SBS 콘텐츠로 채우고 있다. 지난해 90억 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본 SBS는 2015년까지만 해도 403억 영업 이익을 냈다.

▲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지난 24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SBS 미디어홀딩스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지난 24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SBS 미디어홀딩스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윤창현 SBS노조위원장은 지난 27일 “SBS의 적자 전환 와중에 유출된 수익이 코스피 우량 배당주의 배당 성향보다 높은 초고배당을 통해 수십 억씩 대주주 몫으로 빠져나간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SBS에서 비롯한 수익이 콘텐츠 경쟁력 향상과 SBS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에 쓰이지 못하고 다른 관계사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SBS 미디어홀딩스가 주주들에 배당한 금액은 35억 원이다. SBS 콘텐츠허브와 SBS 플러스는 각 21억5000만 원, 11억5000만 원을 현금 배당했다. SBS 콘텐츠허브 등 관계사들이 지배 주주인 미디어홀딩스에 배당을 하고 다시 대주주 태영이 가져가는 구조다. 

SBS 노조 측은 “SBS 수익 유출과 타 계열사 이익 보장을 위해 상시적으로 SBS 이익을 침해하는 배임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존 콘텐츠 판매 계약 백지화 △지주회사에 대한 부당한 경영자문료 지급 중단 및 이익 상충 업무 수행 중단 △웹 에이전시 용역 공개 입찰 전환 △책임 경영진 총사퇴 등을 촉구했다. 

SBS와 SBS콘텐츠허브 이익이 상충되는 만큼 두 회사 사이의 콘텐츠 요율 조정을 넘어 SBS 내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본질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BS노조가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470명 가운데 97.6%가 SBS 성장의 걸림돌로 ‘지주회사 체제’를 꼽았다. 응답자 83.2%가 현 체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SBS 수익의 부당 유출’을 꼽는 등 노조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있었다.

박정훈 SBS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방송 독립성을 위해 지난 2008년 SBS 지주회사가 출범했고 그 당시 노조도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안다”며 “SBS 중심의 그룹 경영을 위한 것으로 방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현재 지상파는 차별 규제에 묶여 성장이 발목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SBS는 어느 방송사보다 방송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임해왔으나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광고시장이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SBS와 SBS콘텐츠허브 간) 콘텐츠 요율 변경,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등을 포함해 SBS노사가 지혜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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