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헌법과 법률 경시 태도에 비춰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시켰다. 헌법재판소가 박씨에 대해 사실을 은폐하고 관리자들을 단속했다며 헌법 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것처럼 검찰 역시 헌법을 지킬 의지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박씨의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검찰·특검 및 탄핵심판 과정에서 피의자의 변호인들이 보여줬던 헌법과 법률 경시 태도에 비춰 앞으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출석을 거부할 우려 또한 매우 높다고 할 것"이라는 내용을 영장 청구 사유로 기재했다.

검찰은 "피의자(박근혜)는 검찰 및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수차례에 걸쳐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는 끝내 불출석했을 뿐만 아니라 탄핵 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 또한 영장 청구 근거가 됐다. 검찰은 박씨의 '삼성그룹 433억 원 뇌물',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사건에 대해 "피의자는 위와 같이 국격을 실추시키고 대통령 및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져버렸음에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특히 검찰은 박씨의 블랙리스트 집행 지시에 대해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의 자유에 대한 본직적 내용을 침해하고 국민을 둘로 나눠 국론을 분열시킨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씨의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 "비록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다 할지라도 공범 및 관련자들 대부분이 피의자에 의해 공직에 임명돼 지휘를 받거나 정치적·법률적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며 "피의자 또는 피의자의 측근 등을 통해 진술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어 "(박씨가) 최순실이 해외에 도피한 동안에도 차명전화를 이용해 다수 통화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했음이 확인되는 등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검찰 특수본은 전 대통령 박씨가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에서 열릴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영장 발부 여부는 30일 늦은 밤 께 혹은 31일 새벽 께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검찰 특수본의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부장검사가 작성했다. 피의자 직업란엔 '전직 대통령', 주거지엔 삼성동 자택 주소가 적혀 있다.

한 검사는 "(피의자를) 서울구치소에 구속하고자 2017년 4월3일까지 유효한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한다"고 적었다.

검찰은 특검이 특정한 박씨의 5가지 혐의를 포함한 13개 혐의를 영장청구서에 기재했다. 특검은 △삼성그룹 관련 뇌물죄(뇌물수수·제3자 뇌물공여)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 지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문체부 인사 사직 강요 혐의 △‘KEB하나은행 본부장 인사 관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는 박씨에게 8개 혐의를 적용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현대차에 KD코퍼레이션(최씨 측근 회사) 일감 몰아주기 강요 △롯데그룹에 K스포츠재단 70억 추가 출연 강요미수 △포스코 및 그랜드코리아레져에 펜싱팀 창단 및 더블루케이와 계약 체결 강요 △KT에 플레이그라운드(최씨 차명회사) 일감 몰아주기 강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강요미수 △대통령 말씀자료 등 공무상 비밀 문서 47건 누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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