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시작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온 겨울을 불살라 3월10일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이끌어냈고 박근혜호는 침몰했다. 지난 21일 박근혜 씨는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이틀 뒤인 지난 23일, 침몰한지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맹골수도 위로 떠올랐다. 참사 현장에 떠오른 세월호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24일부터 2박3일 동안 사고해역이 보이는 동거차도와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지난 24일, 다섯 시간을 내리 운전해 도착한 팽목항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다. 초입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옆 공터를 지날 때, 직감적으로 3년 전 임시 시신확인소가 설치됐던 곳임을 알았다. 온몸에서 돋아나는 소름이 거기라고 말해주었다. 까만 밤바다 저편에서 붉은 불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던 하얀 해경P정은 어김없이 몇 구의 시신을 실어 왔고, 부모들은 혹시 내 아이일까 확인하러 하얀 천막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그리고 곧 흘러나오던 신음과 오열... 그곳은 지옥이었다.

▲ 24일 밤 9시께, 세월호 팽목 분향소 옆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의 숙소가 어둠에 잠겨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4일 밤 9시께, 세월호 팽목 분향소 옆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의 숙소가 어둠에 잠겨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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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팽목 분향소는 밤 9시까지 추모객들이 방문할 수 있다. 미수습자 아홉명의 액자에는 사진 대신 인양을 촉구하는 글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팽목항 방파제 입구에 방송사 중계차들이 서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팽목항 방파제 입구에 방송사 중계차들이 서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5일 아침, 일기예보 대로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진도 군청 인근 숙소를 출발해 팽목항으로 다시 가는 길에, 비옷을 입고 노란색 '잊지말자0416' 깃발을 들고 팽목항까지 행진하는 '광주시민상주모임' 행렬을 지나쳤다. 팽목항 여객선매표소에는 주말을 맞아 관매도 등으로 떠나는 단체 여행객들 수십여명과 동거차도로 들어가는 취재진 십여명이 있었다. 9시50분 팽목항을 출발해, 하조도-관사도-소마도-대마도-관매도를 거쳐 동거차도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동안 2층 객실 TV에서는 위험상황시 대처요령에 대한 영상이 무한반복되고 있었다.

▲ 25일 아침, 봄비를 맞으며 팽목항으로 행진하는 광주시민상주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5일 아침, 봄비를 맞으며 팽목항으로 행진하는 광주시민상주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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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거차도로 가는 한림페리3호.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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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해중 한 방송사 기자가 여객선 밖 난간에서 멘트를 적은 종이를 들고 연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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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명의 사람들이 누워 가는 한림페리3호 2층 여객실 TV에서는 위험상황시 대처요령을 담은 영상이 무한반복된다. 세월호 참사 발생후 7시간이 지난 뒤 박근혜 씨가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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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토요일 이날 저녁,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연다는 뉴스가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는 친박단체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듯한 태극기를, 세월호 인양현장으로 가는 바다 위에서 만나는 것도 낯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관매도에서 동거차도로 출발한지 몇 분 되지 않아 배 왼쪽 난간에서 육안으로 세월호 인양작업 현장(왼쪽 바지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관매도에서 동거차도로 출발한지 몇 분 되지 않아 배 왼쪽 난간에서 육안으로 세월호 인양작업 현장(왼쪽 바지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3년 간, 침몰 현장이 보이는 동거차도 능선 위에 천막을 치고, 망원렌즈를 단 카메라로 하루 종일 인양 현장을 감시했다. 주요 방송사 카메라들이 함께 인양 작업을 현장중계 하고 있었다. 25일 반잠수정에 안착한 잭킹바지선은 왠일인지 꾸물거리다가 해 질 때가 돼서야 겨우 분리됐고 세월호를 완전히 부양시키는 작업은 밤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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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양현장 감시천막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동백나무에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귀환을 바라는 노란리본이 매달려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한 언론사 취재진이 항포구와 숙소가 있는 동거차리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인양현장 감시텐트가 있는 능선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한 언론사 취재진이 항포구와 숙소가 있는 동거차리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인양현장 감시텐트가 있는 능선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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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잠수선에 세월호를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동거차도에서 약 5km 떨어진 바다 위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감시천막 옆에 자리잡은 한 방송사 취재진이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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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9월 1일부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인양 작업현장 바다가 보이는 동거차도 능선 위에 천막을 짓고 망원렌즈를 단 카메라로 감시해왔다. 25일 오후 지난 3년간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는 시민 최창덕 씨가 애견 '차돌이' 옆에서 인양 현장을 찍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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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해가 저물 무렵 세월호를 인양했던 잭킹바지선(왼쪽과 오른쪽 각 1대)이 세월호로부터 분리됐고, 세월호(가운데)는 반잠수선에 완전히 올려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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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저녁, JTBC 영상카메라가 반잠수선에 올려진 세월호를 영상취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날 밤 세월호에서 쏟아져 나온 기름은 동거차도의 미역양식장을 뒤덮었고 인근 대마도까지 기름띠가 퍼졌다. 26일 오전 미역작업선을 타고 세월호에 근접해 한 바퀴를 돌며 확인한 세월호의 선체는 뻘이 많이 묻은 채 튀어나온 구조물은 대부분 잘려있었고, 세월호 선저는 충돌설의 근거가 될만큼 크게 움푹 파인 곳은 없어보였지만 검은색 긴 자국이 선명했다. 배수를 위해 수많은 구멍이 뚫려있었고, 선미 왼쪽 램프는 절단됐으며, 선수 쪽은 와이어로 인양을 시도했을 때 길게 찢긴 자국이 있었다. 방향타는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다. 

▲ 25일 밤새 세월호를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들어올리는 작업중에 많은 기름이 쏟아져나왔고 그 기름띠는 동거차도 주민들의 미역양식장을 덮쳤다. 26일 아침 미역양식업자 김도웅 씨의 미역양식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5일 밤새 세월호를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들어올리는 작업중에 많은 기름이 쏟아져나왔고 그 기름띠는 동거차도 주민들의 미역양식장을 덮쳤다. 26일 아침 미역양식업자 김도웅 씨의 미역양식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 아침,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의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 아침,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의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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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아침,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의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객실 윗쪽 굴뚝은 잘려나갔고, 선저에는 가로로 검은 색의 긴 스크래치가 선명했다. 방향타는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 동거차도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여객선에서 바라본 세월호 인양현장에는 기름방제 작업을 하는 작업선들의 모습이 분주해보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6일 동거차도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여객선에서 바라본 세월호 인양현장에는 기름방제 작업을 하는 작업선들의 모습이 분주해보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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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 인근까지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띠를 이루며 퍼져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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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2~3차례 인양 현장 모니터를 위한 10인승 소형 선박 ‘진실호’를 운전하는 세월호 생존학생 아버지 장동원 씨(노란옷)가 진실호에 넣을 휘발유를 사기 위해 동거차도에서 팽목항으로 나오는 길에 한 언론사의 드론을 가지고와 전달해주고 있다. '진실호'는 목포신항으로 향하는 세월호를 뒤따라 갈 예정이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주말을 맞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팽목항을 한 번 더 찾아보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주말을 맞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팽목항을 한 번 더 찾아보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주말을 맞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세월호 팽목 분향소를 한 번 더 찾아보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주말을 맞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를 떠나기전에 세월호 팽목 분향소를 한 번 더 찾아보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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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객들은 1073일간 애타게 기다려온 가족들 품으로 아홉명의 미수습자가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진도를 떠나기 전 저녁식사를 먹으러 들른 한 식당 큰 방에서는 한 방송사의 현장중계 취재팀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반주를 곁들이며 그들은 "박근혜는 지고! 세월호는 뜨고!"라고 외쳤다.

배수와 방제작업이 끝나면 세월호는 30일께 반잠수선에 실려 목포신항으로 이동, 거치되고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수색작업과 침몰 원인 규명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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