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광주의 드라마는 재현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전북 지역 경선에서 유효투표 23만6358표 중 문재인 후보가 14만2343표(60.2%)를 얻어, 4만7215표(20.0%)를 득표하는 데 그친 안희정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쳤다. 이재명 후보는 4만5846표(19.4%)를 얻어 3위를 차지했고, 최성 후보는 954표(0.4%)로 4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세론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문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민주당 경선 흥행 가능성은 떨어졌다. 호남권 선거인단이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야권의 텃밭이고, 첫 경선이라는 점에서 2·3위 후보 누구든 대세를 뒤집기는 벅차 보인다.

▲ 27일 더불어민주당 호남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승하면서 향후 민주당 경선 흥행이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포커스뉴스
▲ 27일 더불어민주당 호남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승하면서 향후 민주당 경선 흥행이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포커스뉴스

2·3위 접전이 향후에도 예상된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호남권 ARS 경선에서 20%와 19.7%로 박빙이었다. 권리당원이나 대의원이 참여하는 선거에서는 안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지만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ARS 경선에서 접전을 보였다.

두 후보 모두 이번 경선에서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중도 사퇴나 후보 간 연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2위를 할지가 관심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으로 2위를 보였지만 민주당 지지자나 경선참여층에서는 지지세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후보가 안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가운데 향후 수도권 경선에서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선거인단이 전체 선거인단의 절반을 차지하고, 안 후보에게 유리한 충청권은 호남보다 선거인단이 적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충청·이 후보는 수도권에서 이날 결과를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선 직후 안 후보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이제 첫 라운드가 끝났다”며 “의미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으로 본다면 광주·호남 시민들이 충분히 저를 응원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청에서 만회하고 영남에서 버텨 수도권에서 역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의미있는 2등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부족이었다”며 “좀 더 가다듬고 열심히 국민들께 설명드리고 애써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 역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많이 떨어진 3등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거의 차이없는 2등”이라며 “상승추세인 건 확인됐기에 충청·영남을 거쳐 제 본거지인 수도권에서 전혀 다른 결고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확인되면서 지난 주말 두 차례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대선주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포커스뉴스
▲ 국민의당 대선주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포커스뉴스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안희정 지사가 됐을 때 거의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안희정과 안철수의 대결은 우리로서는 훨씬 버겁게 생각한다”며 “문재인 후보가 제발 후보로 확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남에서 반문정서를 결집해 ‘문재인대세론’을 꺾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로 일대일 구도가 선명해지면 문재인 비토세력의 지지가 국민의당 후보로 쏠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날 경선결과 호남에서도 ‘될 사람에게 밀어주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문재인 대세론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본선 경쟁력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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