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가 개인사업자 지위였던 인터넷·IPTV 설치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며 압박한 결과다.

27일 오후 정의당과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인 홈고객센터는 ‘개인도급기사 정규직 채용 협약식’을 열고 오는 4월1일부터 1000여명에 달하는 개인도급 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노사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개인도급 기사가 전봇대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기본급, 4대보험, 연차휴가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면서 “이후 개인도급 기사에게 설치작업을 맡기는 게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냈고,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SK브로드밴드 홈고객센터가 결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홈고객센터의 개인도급 기사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협약식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홈고객센터의 개인도급 기사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협약식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1일 추혜선 의원은 케이블, IPTV, 인터넷 등 설치기사의 야외 회선작업 업무를 개인도급 기사에게 부과하는 게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이라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공사업법은 유료방송·통신 설치·수리기사 중 개인도급업자는 ‘경미한 공사’만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유권해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설치작업인 건물 외벽, 옥상, 전봇대 작업은 경미한 공사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개인사업자인 개인도급이 아닌 기간통신사업자(원청)나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한 사업자(협력업체)만 할 수 있다. 

개인도급은 원청이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협력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가 다시 업무를 개인사업자등록을 한 노동자에게 넘기는 구조다. 2014년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희망연대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근로자 지위 및 사용자책임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이 비조합원과 신입 직원들에게 개인도급 계약을 맺은 것이다. 

▲ 전신주 작업을 하는 유료방송 노동자.
▲ 전신주 작업을 하는 유료방송 노동자.
미래부는 추혜선 의원의 유권해석 요구 이후 지방자체단체와 논의를 통해 도급기사 고용에 관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태조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가 정규직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를 대표하는 이상수 센터협의회장은 “정규직 전환 합의가 이뤄지게 돼 반갑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노사가 이 기회를 통해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를 방치할 수 없다”면서 “협력업체 자체가 열악하다보니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측면이 있다. (원청인)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해 원하청과 노사, 경영진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원청의 책임을 물었다.

추혜선 의원은 “오늘 이 협약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티브로드와 LG유플러스 등 개인도급 기사들이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측은 현재 개인도급 기사에 대한 직접 고용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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