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렇고 결혼기념일 날도 그렇고 내가 물었어요. ‘당신도 배 안에 있지?’ 그러니까 ‘있다’고 하더라고. ‘당신, 학생들 이뻐하니까 다 끌어안고 나와’ 그랬어요. 애들 아빠가 덩치가 좋거든요.”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배우자 유백형(56)씨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3년 만에 세월호가 물 위로 첫 모습을 드러낸 지난 23일, 유씨는 안산에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친정 어머니를 혼자 집에 놔둘 수 없어서였다. 유씨를 지난 26일 진도 팽목항에서 만났다. 

▲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배우자 유백형씨가 26일 진도 팽목항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배우자 유백형씨가 26일 진도 팽목항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결혼기념일인 오늘, 아빠가 곧 오시려나 봐요”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인 오늘, 아빠가 계시는 세월호가 올라오네요. 아빠가 곧 오시려나 봐요.” 23일 오전 6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딸의 메시지였다. 안 그래도 전날 세월호 시험 인양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차였다. 더는 안산에 있을 수가 없었다.

23일 저녁 무궁화 2호에 도착한 유씨가 짐을 꾸린 배낭도 내려놓지 않은 채 배에서 가장 높은 갑판 위로 올라갔다. 세월호가 보였다. 유씨는 “세월호를 눈으로 보니까 (몸 상태가) 좀 좋아졌다”면서 “예전에는 ‘오늘은 소식이 있으려나’ 하는 기다림에 매일 축 쳐져있었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3박4일간 무궁화 2호에 머물면서 세월호가 인양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뭐 하나라도 소식이 들려올 때면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도 출렁였다. 세월호 좌현 선미 램프를 절단하던 23일 저녁, 유씨는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유실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생존자 명단 확인하고 바로 기절했다 

남편과는 중매로 만났다. 유씨가 26살, 남편이 30살이었다. “8월 그 여름에 소라다방에서 처음 만났어요. 일주일 후에 남편이 커피 마시러 나오라고 전화가 왔어요. 세 번째 만나서 서울대공원에 가고 네 번째 만나서 평택에 영화관 가고. 아유 잊어버리지도 않아.” 유씨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2014년 4월16일 진도체육관에 도착한 유씨는 벽에 붙은 생존자 명단부터 확인했다. 몇 번을 봐도 ‘양승진’ 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그 다음 순간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어나 보니 목포 한국병원 응급실이었다. 마음이 졸려서 병원에 있을 수 없었다. 다시 응급차를 타고 진도체육관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인솔교사였다. 학생들이나 담임 교사는 그나마 어느 객실인지가 명확해 그나마 수색이 수월했다. “인솔 교사는 그런 게 없어요. 어디 방에 들어갔는지를 모르니까 ‘어디를 집중적으로 수색해주세요’ 그런 게 없어요. 아마 큰 물건에 깔렸거나 어디 끼였을 것 같은데…” 유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 26일 반잠수선 위에 선적된 세월호. 사진=이치열 기자
▲ 26일 반잠수선 위에 선적된 세월호. 사진=이치열 기자
“사람이 죽어서 돌아오는데 다행이라고 해야하다니”

오늘은 뭘 드셨냐고 묻자 유씨는 “아침에는 죽 먹었고 점심에는 뭐 먹었지?” 라며 한참을 생각하다 “아휴 생각도 안 나네. 남편 찾으려고 간신히 먹어요. 생각은 온통 배에 남편이 있어줬으면 하고 습관적으로 떠넣는거죠”라고 답했다. 2014년 4월16일부터 매일이 그렇다.

유씨는 그대로 세월호가 눈에 보이니 조금 살 것 같다고 했다. “저 깊은 바다, 차디찬 바다 속에 있을 때는 세월호가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까 하염없이 바다만 쳐다보고 그랬죠”라며 “이제는 인양이 돼 눈에 보이니까 조금은 희망이 생기고 안도가 돼요”라고 말했다. 

유씨는 남편을 만나면 “보고싶었다. 그리웠다. 나와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라 했다. 지난 3년, 유씨는 남편이 좋아하던 인절미를 진도 앞바다에 참 많이 던졌다. 추석에는 송편을, 새해에는 떡국을 던졌다. “아마 남편 나올 때 배가 이만할거야” 유씨가 허탈하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유씨는 웃다가도 울 것 같은 표정을 반복했다. “사람이 죽어서 돌아왔는데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하고 감사해야 하다니 말이 안 나와요. 그래도 손가락 뼈 하나라도 발톱 하나라도, 시계나 결혼반지라도 다 찾고 싶어요.” 세월호는 30일 전후로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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