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00일, 200일 지나도 대답이 없었다. 1년이 지났고 500일이 됐다. '알려 줄 수 없다' 반복만 하고 있는 검찰은 도대체 어느 나라 검찰이냐." (변정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 팀장)

고 백남기 농민이 공권력 진압에 의해 의식을 잃은 지 500일, 숨을 거둔 지 184일이 경과하고 있음에도 검찰 수사는 감감 무소식이다. 백남기투쟁본부는 검찰의 직무유기를 향한 규탄행동에 돌입한 가운데, '집회·결사의 자유 억압', '공권력 살인 진압' 등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위한 '백남기 입법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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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투쟁본부(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신명을 비롯한 경찰 책임자들이 처벌될 때까지, 서창석·백선하 등 의료인으로서 책임을 져버린 정치의사들이 그 댓가를 치를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박근혜가 파면 되자 마자 세월호가 떠올랐다. 진실은 그렇게 하나씩 밝혀질 것이고 정의는 하나씩 바로 잡힐 것"이라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를 비롯한 다수 시민사회·인권단체는 27일부터 한 달 여 간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매일 서울중앙지검 앞 1인 시위를 열 예정이다. 1인 시위 구호는 '검찰 수사 촉구'다.

27일 첫 시위에 나서는 백씨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회견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킨 마당에, 세월호도 올라온 마당에 강신명 이하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살인무기 물대포를 추방할 날도 얼마 남은 것 같지 않다"면서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검찰이 유엔 자유권 위원회 규약 등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위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께 시위에 참가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변정필 캠페인 팀장은 "유엔 자유권 위원회 일반 논평은 국가기관은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즉각적·실효적으로 개입할 것을 규정한다"며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책임자를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것은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 백남기투쟁본부(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백남기투쟁본부(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백남기투쟁본부는 '광장을 열자! 백남기를 기억하자!' 입법청원운동 개시도 알렸다. 입법청원안의 주 내용은 △집회 금지 장소 규정 삭제 △차벽 설치 금지 조항 신설 △경찰 물대포 남용 금지 조항 신설 등이다. 이들은 청원운동 결과를 가지고 국회, 대선후보 등을 찾아가 법 개정을 압박할 계획이다.

현행 집시법 11조는 국회, 법원, 청와대, 국무총리 공관 등 기관이 경계지점에서 100m 이내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집시법 12조는 관할경찰서장이 교통혼잡의 이유로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 한해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입법청원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호중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청와대에 항의하려면 청와대 앞에, 국회에 항의하려면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할 수 있어어야 한다"면서 "교통소통을 위해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경찰의 재량권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회 보호와 공공 질서 유지에 필요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로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는 집시법 제13조를 들며 대규모 집회에서 차벽을 설치하고 있으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편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교수는 "지난 4개월동안 (탄핵 촉구) 광화문 광장 집회를 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차벽을 목격했지만 그게 왜 존재해야 하는지 정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차벽을 금지시키기 위한 규정을 집시법에 신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집회해산을 목적으로 한 살수차 금지', '직사·혼합살수 금지', '사용현황 기록' 등을 골자로 한 물대포 추방 조항을 경찰장비 사용와 관련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10조에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물대포는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수단"이라며 "경찰의 무자비한 공권력 남용, 국가폭력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집회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는 그런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기틀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투쟁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법적 소송은 6가지, 고소·고발건은 1가지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책임자 6인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고소한 건 △사망진단서 오류('병사' 기재) 사태에 따른 백선하·서창석 교수 및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사망진단서 '병사' 기재 부분 정정 요청 행정소송 △'일베' 게시물 120여 건에 대한 백남기 농민 명예훼손 혐의 고발 건 △국가·경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경찰 살수차 '직사살수 행위' 헌법소원 청구 등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밖에 투쟁본부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백남기 농민의 의료정보를 청와대에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 병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에 고발한 바 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은 아직 백씨에 대한 사망신고서를 내지 않았다. 유족 측은 사망진단서의 '병사' 기재가 정정되지 않으면 사망신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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