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우면 바로 곯아떨어지지.” 바다에서 나흘 만에 돌아 온 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난 22일 오전, 가족들은 시험 인양을 보러 바다로 나갔다. 다행히도 시험 인양이 성공했고 이후 실제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나흘을 배에서 보냈다. 

“그래도 고맙다고 인사하러 가야지” 사흘 내내 컵라면에 쪽잠을 잔 가족들이 팽목항 등대 쪽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팽목항 등대에서는 매달 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전남지역 예술인 추모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여느때보다 추모객도 많았다.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마지막 공연이다. 

“희생되신 잠수사, 소방관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이제서야 드립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작업자분, 정부 관계자분 감사합니다.”
“언론인들 기사 잘 써주셔서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찾아갈 수 있도록 부탁드리고요.”
“재발방지가 이뤄질 때까지 국민 여러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죄송하다, 감사하다, 부탁드린다, 도와달라, 제발. 미수습자 가족들이 기자회견마다 하는 말이다. 기자회견뿐만이 아니다. 2년 만에 만난 한 미수습자 가족에게 “자주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하다. 예전에 한번 전화 드렸는데 닿지 않았다”고 말하니 되려 “죄송해요. 죄송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이 25일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 본 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으로 돌아와 끝까지 함께 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이 25일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 본 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으로 돌아와 끝까지 함께 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당황스러웠다. 그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내 가족을 찾아내라”며 “정부가 뭐하는거냐”고 언성을 높였고 기자들에게는 “평소엔 오지도 않다가 100일, 200일 되니까 슬슬 와서 친한 척한다”며 일침을 놓곤했다. 다 맞는 말이었다. 

“가족들은 볼모에요. 정부에 볼모잡히고 언론에 볼모잡히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옆에서 오래도록 봐 온 한 독립 PD의 말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인양을 왜 그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다. 의지 없는 정부가 얼마나 무능할 수 있는지를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9명이 아직도 세월호 안에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언론의 왜곡보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보상금으로 몇 억을 받았다, 그 돈을 받고도 떼를 쓰는 ‘유족충’ 등의 여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잘 알지만 따질 수 없다. 혹여나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수습에 지장을 끼칠까 싶어서다. 

또 다른 미수습자 가족은 “오랜만에 왔는데 혼내지 않으셔서 감사하다”는 기자의 말에 “기자들이 이럴 때라도 보도를 해주니까 고맙다”고 답했다.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언론이 관심가지지 않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처럼 여겨진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움직이자 취재진이 따라붙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영상 기자들은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는 카메라를 피하던 가족들은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완전한 인양은 미수습자 9명이 올라오는 인양”이라며 “마지막까지 신경써달라”는 당부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정말 고개를 숙여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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