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던 미수습자 가족들이 나흘만에 팽목항을 밟았다. 이들은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최선을 다해 도와달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25일 낮 12시25분, 미수습자 가족들을 실은 주황색 해경 고속단정이 물살을 가르며 팽목항으로 들어왔다. 이날 오전 해양수산부는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 위에 올리는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남은 작업은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족들이 팽목항 부두를 밟자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나흘만에 육지를 밟은 가족들의 표정은 지쳐보였다. 3년간 가족들 곁을 지킨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집행위원장은 “제발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중 은화 어머니(왼쪽)와 다윤이 어머니(가운데)가 25일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본 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으로 돌아와 416연대 관계자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중 은화 어머니(왼쪽)와 다윤이 어머니(가운데)가 25일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본 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으로 돌아와 416연대 관계자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단원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부두에서 “혹시 이 자리를 기억하시냐”고 취재진에게 물었다. 3년 전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이 들어오면 가족이 확인을 하던 그 곳이다. 당시 부두에 둘러쳐진 흰 천막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씨는 “295명이 올라왔던 그 자리다. 그때 (미수습자들을) 찾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오늘 팽목항으로 들어오는데 ‘가지말라’고 우는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이씨의 목소리가 떨리자 옆에 있던 가족들도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아직도 세월호에서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수색하다가 숨진 잠수사와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소방관들에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정부와 국민이 마지막 한명까지 가족품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면서 “어디있는지 아는데도 찾지 못하는 일이 대한민국에 두 번 다시 없게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해달라.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25일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분수령인 반잠수선과의 결박 과정을 확인 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에 돌아와 기자회견을 하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5일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분수령인 반잠수선과의 결박 과정을 확인 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에 돌아와 기자회견을 하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몇몇 시민들은 “힘내세요” 라는 말로 이들을 위로했다.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많이 추모객들이 팽목항을 찾았다. 가족들 숙소가 위치한 팽목항 분향소에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파주에 사는 이소영(50)씨는 초등학생 5학년 딸 아이와 함께 팽목항을 찾았다. 이씨는 “자식 키우는 입장이니까 집에서 TV로만 봐도 마음이 아픈데 와서 보니 더 마음이 아프다”며 “집에서 딸아이와 같이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양순택(50)씨는 제주에서 팽목항을 찾았다. 양씨는 “별로 도움도 안 되겠지만 안 좋고 힘든 일 있을 때 서로 도와야 할 것 아니냐. 오늘 지나면 올 계기가 많이 없을 것 같다”면서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 관심이 있어야 아픈 사람도 괜찮아진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주에서 온 배권태(55)씨 부부는 팽목항 등대로 향하는 추모의 벽을 찬찬히 살펴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러 왔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래도 인양의 중요한 고비들이 끝나고 비가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 25일 오후 6시경 세월호(가운데)선체로부터 잭킹바지선 분리작업이 시작돼서 25분경 완료됐다. 동거차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5일 오후 6시경 세월호(가운데)선체로부터 잭킹바지선 분리작업이 시작돼서 25분경 완료됐다. 동거차도 위에서 바라본 모습. 해수부는 25일 밤 10시경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을 부양시켜 세월호 전체를 드러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양한웅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미수습자 가족들은 휴식을 취한 다음 목포 신항으로 갈지 인양이 되고 있는 반잠수선 현장으로 다시 나갈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양 위원장은 “세월호만 인양되는 게 아니라 미수습자 9명이 모두 돌아오는 것이 ‘완전한 인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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