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ARS경선 신청 당시 인증번호를 요구한 건 우석대 태권도학과 뿐이 아니었다. 경북의 한 지역의 당 지역위원장 A씨도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경선참여를 독려하며 인증번호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SNS상에는 다른 지역위원장들이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메시지 화면 캡처도 많이 올라왔다. 민주당 게시판에도 민주당에서 경선 인증번호를 요구하는데 그 이유를 묻는 게시물도 있다.

1. ‘인증번호’ 요구는 왜?

경북 지역 A위원장은 민주당 1차경선 마감 전날인 지난 8일 자신의 지역 당원들에게 “3월9일 18시까지 1차마감이오니 등록하시지 않으신 분들은 1811-1004로 전화하셔서 등록하시고, 인증번호를 회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경북의 한 지역위원장이 당원들에게 보낸 경선참여 동원 문자메시지. 경선등록 당시 인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민주당원 A씨 제공
▲ 경북의 한 지역위원장이 당원들에게 보낸 경선참여 동원 문자메시지. 경선등록 당시 인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민주당원 A씨 제공

A위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보낸 거 맞다”며 “6개월 미만인 권리당원들은 경선에 자동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안내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번호는 왜 요구했을까? A위원장은 “답신이 없으면 (참여여부가) 확실치 않으니까”라고 답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경선 참여인원을 많이 모아야 하는데 그냥 참여하라고 말만 해선 참여여부를 알 수 없다”며 “아무래도 인증번호를 달라고 하면 참여율이 높아진다”고 말한 뒤 “설마 인증번호를 가짜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경선 참여를 유권자들에게 독려하고 인증번호를 회신 받아 인증번호 개수를 통해 자신이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석대 태권도학과의 경우에도 1인당 인증번호 50개씩 수집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경선신청 당시 받은 인증번호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경선신청 이후에는 의미 없는 숫자다.

▲ 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게시물.
▲ 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게시물.

2. 개인정보 수집해 대리투표?

온라인상에는 인증번호 뿐 아니라 주민번호 앞자리(생년월일) 등을 요구하는 카카오톡 캡처화면과 함께 해당 정보를 이용해 부정투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 인증번호 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시지도 SNS상에 많이 올라왔다.
▲ 인증번호 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시지도 SNS상에 많이 올라왔다.

민주당 경선방법을 보면 호남권 기준으로 24일(금) 투표안내 문자를 당에서 선거인단에게 보낸 뒤 25일(토) 선거인단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강제적 ARS투표’가 이루어진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총 5번의 전화가 오게 된다. 충청·영남권의 경우에도 투표 첫날은 총 5번의 전화가 온다. 수도권·강원·제주·2차 선거인단의 경우는 첫날 2번, 둘째날 3번 전화가 온다.

이 기간에 전화를 받지 못하면 각각 그 다음날 선거인단이 전화를 걸어서 투표할 수 있다. 투표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 번호는 문자 및 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화를 걸면 본인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앞 6자리(생년월일)을 입력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 내용 때문에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대리투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5일 1차 선거인명부를 확정했고, 오는 27일 2차 선거인명부를 확정한다. 이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전화번호의 휴대폰으로만 안내문자가 가고, 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야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이 내 주민번호 앞자리를 안다고 해서 대리투표가 발생할 수는 없다.

3. 해킹 가능성은?

민주당은 지난 22일 경선 현장투표를 진행했는데 이 결과가 일부 유출됐다. 전체 투표의 14%로 당락에 결정적이진 않지만 나머지 경선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당 방침이 비공개였기 때문에 민주당 선거관리에 불신이 커진 건 사실이다. 

제도상으로는 민주당 경선의 문제점은 없다. 다만 ARS 투표에는 의문이 남는다. 권민철 CBS 기자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 경선 룰이 정해진 게 지난 1월26일이었고 2월15일부터 경선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겨우 20일 준비했다”며 “보안 문제를 대비할 시간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보안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각 유권자들의 휴대폰 보안문제가 남는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모바일 투표 자체가 보안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중요한 선거에 적용하기에 무리한 시스템인 것 맞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는 본선에서 모바일투표를 사용할 순 있지만 예선에선 모바일투표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민주당 ARS투표는 사설업체 2곳에서 담당하고 있고, 중선관위는 현장투표 관리에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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