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마지막 회의에서 공영방송 KBS에 부동산 사업을 허용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야당추천 위원들의 반발로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방통위는 2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KBS에 부동산을 활용하는 사업을 허용하고 △KBS가 EBS의 통신지원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했다.

방통위는 “KBS가 UHD 방송을 준비하고, 광고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체부동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방송법에 ‘부동산활용사업 수입’을 신설하고 KBS가 보유한 부동산 중 건축물 노후화 등으로 유지하기 곤란한 점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을 허가하는 내용이다. KBS는 경영위기의 자구책으로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여당 추천(구 여권) 김석진 상임위원은 “KBS는 지난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종편의 등장으로 수익구조도 악화되고 있다”면서 “KBS가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내겠다는 자구책을 마련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콘텐츠 질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추천 위원들이 반발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노력 없이 수신료 인상 등 재원 마련을 하는 점을 일관되게 반대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전체회의 논의를 중단하고 다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많은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이고 합의가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활동기간이 곧 만료되는 방통위가 이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무리”라며 “충분한 합의가 이뤄진 후 추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날 상정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KBS가 EBS의 ‘통신지원 업무’를 전담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송법 54조에 따르면 KBS 업무에 ‘EBS 송신지원’이 명시돼 있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UHD 방송설비 책임을 두고 두 방송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종범 EBS 사장은 “KBS가 EBS의 UHD 송신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고대영 KBS 사장은 “법에 UHD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그동안 KBS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등 EBS에 지원을 해온 관례가 있어 (신기술이 나오더라도) KBS가 일체 부담해야 한다”며 이를 ‘EBS 통신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정안에 반영했다. 사실상 EBS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 KBS 수신료 중 EBS에 지원되는 비율을 현행 3%에서 3~5%로 바꾸는 내용도 있다.

이번에는 여당추천 위원이 반대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당사자인 KBS, EBS 양자가 협의해서 (지원여부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KBS에 전액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석진 위원은 “수신료 배분 몫 조정을 방통위가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위원장은 “위원들 간 의견의 간극을 좁히는 게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해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6일 김재홍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방통위 전체회의가 더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조기대선 후에 꾸려지는 4기 방통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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