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 당한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특혜와 국부 유출 논란이 있는 외국계 펀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여전히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4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 고위 공직자들이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일부 인사들은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청와대 인사가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등 문제는 심각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3일 공개한 ‘정부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현대원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맥쿼리인프라 6주(현재가액 4만8000원)을 갖고 있었다. 소액이나 그의 배우자는 1464주를 갖고 있다가 매각했다.

박보영 대법관은 장녀가 맥쿼리인프라 560주(가액 456만 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윤승은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배우자의 맥쿼리인프라 주식이 2500주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또 윤 부장판사 장녀와 장남은 각각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2800주, 2900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지난해 7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강대 교수 시절 대학원생들의 연구 인건비 착복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지난해 7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강대 교수 시절 대학원생들의 연구 인건비 착복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앞서 미디어오늘은 김익환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함준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김문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지난해 당시 서울행정법원장),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일표 바른정당 의원 등이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본인 소유 맥쿼리인프라 주식 1379주와 배우자 주식 1376주를 매각했다. 홍일표 의원 역시 배우자가 맥쿼리인프라 주식 1만300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김문석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본인 소유 맥쿼리인프라 6270주를 매각했다. 지난해 4월 김문석 판사는 미디어오늘에 “작년 말 기준으로 신고한 것인데 지금은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올해 1월 달께 팔았다. 기억하기로는 매각으로 시중 금리 정도의 이득을 봤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함준호 금통위원도 맥쿼리인프라 주식 8197주를 매각했다. 종전 가액은 1억6527만 원이었다.

반면 정선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3만주에서 1000주를 늘렸고 배우자는 2만5000주에서 5000주 늘려 3만주를 신고했다. 장녀 역시 5217주 증가한 2만217주를 신고했다. 김익환 이사장의 맥쿼리인프라 주식 1만6000주는 변동이 없었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금융회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한국에 설립한 펀드회사다. 주로 도로‧항만‧다리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배당금과 이자수익을 챙긴다.  

맥쿼리인프라는 인천대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수정산·백양 터널 등 인프라 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주 수입원은 도로 통행료와 시설 이용료다.

상당수 자회사가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제도 적용을 받는다. 실제 통행량이 예상 통행량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 세금으로 이를 보전한다. 특혜 시비, 국부 유출, 세금 낭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직자들이 맥쿼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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