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는 작심 발언을 한 후 MBC의 보복성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MBC는 22일 뉴스데스크에서 문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사측의 성명까지 리포트로 내보내는 등 또 ‘뉴스 사유화’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앞서 문 후보는 당내 대선 후보 6차 토론회가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안희정 후보와 일대일 맞장토론 도중 진행자인 박용찬 MBC 논설위원실장을 향해 “박 실장 앞에서 말하기 미안하지만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을 만들어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다”며 “옛날에 아주 자랑스러웠던 MBC 모습이 어디 갔나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문재인, ‘100분토론’ 출연해 “MBC 심각하게 무너졌다”)

문 후보는 또 “MBC 해직 언론인들은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사측에서 대법원에 상고해 아직도 복직을 안 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MBC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요구에도 탄핵 정국 속에서 후기 사장 인사를 강행하는가 하면 탄핵 다큐멘터리 방영을 취소하고 제작 PD를 전보했다”고 비판했다.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이에 MBC는 22일 하루에만 문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는 뉴스 리포트를 6개나 내보내며 발끈했다. 21일 ‘100분 토론’이 녹화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을 소개하면서 문 후보의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을 보도하는 등 사실상 ‘보복’을 시작한 셈이다.

특히 MBC는 22일 뉴스데스크 “MBC 공식 성명 ‘文, 공영 방송 장악 의도…사과해야’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MBC는 민주당 후보들이 참석한 100분 토론에서 MBC를 ‘언론 적폐 청산’ 대상이라고 비난한 문재인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안광한 MBC 체제에 이어 김장겸 사장 취임 후 MBC 뉴스도 경영진의 성명 발표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도 위배된다. 이 규정의 ‘공정성’ 조항을 보면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게다가 MBC 기자는 22일 문 후보를 따라다니면서 MBC 관련 발언에 대해 따져 묻고 문 후보의 답변과 관련 없는 내용까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왜곡하는 리포트까지 내보냈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MBC 심하게 무너졌다’ 文, 토론서 인사·보도 비판” 리포트를 한 육덕수 기자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 직후 문 후보에게 “너무 특정 방송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면서 “과거 참여정부에 있을 때는 조선일보 등 언론문제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과거 얘기를 할 것은 없고 지금 공영방송이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제대로 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답했지만, MBC는 “과거 자신이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 비판 언론을 상대로 한 ‘언론 대못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육 기자의 질문은 ‘조선일보 등 언론문제 개혁’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육 기자는 해당 리포트에서 “참여정부에 계실 때는 언론 문제 개혁을 추진하셨는데”라고 질문 싱크에서 ‘조선일보 등’을 삭제해서 내보냈다.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육 기자가 ‘언론 대못질’이라고 표현한 참여정부 당시 정부부처 기자실 폐쇄와 통합 브리핑룸 운영 논란은 특정 비판 언론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었고 ‘언론 문제 개혁’이 이것만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육 기자는 질문을 “조선일보 등”이라고 하고, 문 후보가 지금 제 역할을 못 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입장이라고 해명했음에도 생뚱맞게 참여정부의 기자실 폐쇄에 대한 답변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 취재와 보도가 따로 없다.

문재인 예비후보 캠프 김경수 대변인은 MBC 기자의 이 같은 취재 행위에 대해 “MBC는 한때 국민이 가장 신뢰했던 자사 뉴스 프로그램이 왜 국민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눈감았던 MBC가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나서니 국민은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23일 문 후보 캠프 권혁기 부대변인도 “‘공영방송’ MBC의 전파 사유화가 도를 넘고 있다. 최소한의 반론도 없이 특정 정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비난성 보도에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재인 ‘전파’를 사유화해 스스로 권력이 된 MBC가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권 부대변인은 이어 “MBC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권력을 향해 국민이 원하는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느냐”며 “‘유력 주자’라고 비판한 문 후보에게 따져 물은 것처럼 권력자에게도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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