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이미 노출된 자사 기사 제목과 표현 일부를 수정해 다시 포털에 전송하는 기능을 기사 작성·송고 시스템에 추가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리드 문장 등 일부만 바꿔 재탕하는 행태로 ‘포털 조회수 장사’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포털전용송고’라는 기능을 통해 작성된 연합뉴스 기사는 포털에서 새로운 기사로 인식된다. 연합뉴스 기사를 포털 사이트 주요 화면에 배치하기 위해 이 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이 기능을 활용하면 연합뉴스와 전재 계약을 맺은 언론사들에는 기사가 송고되지 않고 포털에만 전송된다. 익명을 요구한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같은 기사를 살짝 바꿔 두 번 송고하는 어뷰징 방식도 문제지만 회원사를 제외한 채 클릭수를 위해 포털에만 기사를 제공하는 건 연합뉴스 도덕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기사 작성자가 직접 자신의 기사를 수정하고 송고하는 것이 아니라 데스크들이 현장 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수정하고 포털에 보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편집국 한 기자는 “기사 일부를 수정해 포털에 송고하는 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에 걸맞지 않다. 지나치게 포털 조회수를 의식한 조치”라며 “데스크에 의해 기사가 자극적으로 편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기능은 류현성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12월 임명되고 나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사내 게시판에 포털전용송고 매뉴얼이 게재됐다. 최근 일주일 안팎부터 포털전용송고 활용 지시가 내려온 것.

연합뉴스 기사 가운데 이러한 방식으로 작성된 기사들은 포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네이버 기준으로 지난 21일 오전 6시9분에 게시된 “계란·닭고기·감귤·화장품·항공료…안 오른 게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도입부에서 “지난해부터 지속돼온 생활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계란, 닭고기, 무, 양배추, 당근, 감귤 등 농축산물에 이어 석유, 항공료, 화장품 등도 속속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36분에 올라온 “‘행정 공백 때문일까’…계란·화장품·항공료 등 모두 오른다(종합)”이라는 제목의 기사 첫 문단 역시 “지난해부터 지속돼온 생활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계란, 닭고기, 무, 양배추, 당근, 감귤 등 농축산물에 이어 석유, 항공료, 화장품 등도 속속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으로 4시간 전 기사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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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36분(위)과 오전 6시9분(아래)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 기사 말미만 제외하면 동일한 기사가 포털에 두 번 전송된 사례인 것이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다만 뒤늦게 올라온 오전 10시36분자 기사의 경우 말미에 “이처럼 물가인상 추세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회사원 안모(45·서울 서초구) 씨는 ‘정부가 물가관리에 손을 놓은 것 같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정권 교체기라는 영향이 크겠지만 결국 힘들어지는 건 서민들 뿐’이라고 말했다”라는 문단이 추가됐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 ‘다음’ 기준 지난 21일 오후 4시10분에 노출된 “현대차,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급등..시총 2위 탈환(종합)”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현대차가 21일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에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8.63% 오른 17만원에 마쳤다. 현대차는 장 중에 17만1천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달 중순부터 꾸준히 현대차 주식을 매집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고 보도됐다.

같은 날 오후 7시31분에 올라온 기사 “현대차3인방, 지주사 전환 기대감에 동반 강세”의 첫 문장은 “현대차 등 ‘현대차3인방’이 21일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에 동반 강세를 보였다”로 3시간 전 기사 첫 문장에서 수정된 것이었으나 이어지는 문장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이날 전날보다 8.63% 오른 17만원에 마쳤다. 현대차는 장 중에 17만1천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꾸준히 현대차 주식을 매집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로 일부 표현만 수정됐다.

▲ 21일 오후 7시31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왼쪽)와 같은 날 오후 4시10분에 노출된 연합뉴스 기사(오른쪽). 첫 문장 일부 표현 등만 바뀌었을 뿐 기사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사진=다음 화면 캡처
▲ 21일 오후 7시31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왼쪽)와 같은 날 오후 4시10분에 노출된 연합뉴스 기사(오른쪽). 첫 문장 일부 표현 등만 바뀌었을 뿐 기사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사진=다음 화면 캡처
연합뉴스 측은 오전 속보로 뜬 연합뉴스 보도를 타 매체가 일부 수정해 마구잡이로 기사화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포털전용송고를 통해 새로운 사진과 그래픽을 추가해 보다 독자 친화적인 기사를 쓸 수 있다”며 “완성도를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합뉴스가 속보를 쓰면 다른 언론들은 표현을 조금 바꿔 이를 기사화하는데 이러한 어뷰징 대응 차원”며 “속보를 급하게 쓰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독자 친화적으로 보강하는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속보를 인터넷 매체 다수가 베껴쓰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보니 기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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