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던 박근혜씨에 대한 첫번째 검찰 조사가 끝났다.박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언론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주목하면서도 명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검찰조사를 '역대 정부'의 공통된 문제로 프레임을 만들고, 개헌을 통해 풀어야 한다며 또 다시 '개헌 군불'을 떼고 있다.

박근혜, 14시간 신문 끝에 귀가

검찰에 따르면 박근혜씨의 신문이 14시간 동안 이어져 조사는 21일 오후 11시40분에 끝났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조사는 오후 8시35분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웅재 부장검사가 오후 5시35분까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요, 블랙리스트 지시, 기밀 문건 유출 등을 종합적으로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원석 부장검사가 삼성측이 건넨 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긴 시간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2009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신문과 조서 확인에는 총 13시간이 걸렸다"면서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된 셈"이라고 보도했다.

▲ 22일 경향신문 보도.
▲ 22일 경향신문 보도.

박근혜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업 총수들에게 ‘강요’를 한 적이 없고 최순실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증거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는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로 인정한다”면서도 “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처리하라’고 얘기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근혜씨와 조사 방식 문제로 다투는 대신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공소 제기를 준비했다. 동아일보는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에 애써 자백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파면된 대통령에게 호칭을 '대통령님'이라고 하는 등 깍듯이 예우를 한 점과 동영상을 촬영하지 않은 점은 전략적인 차원이기 이전에 과한 의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박 대통령의 영상 녹화를 하지 않은 데 대해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조사를 녹화하는 데 당사자 동의는 필요 없다"면서 "지나친 양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구속 되나?

이날 수사가 끝나자 관심은 박근혜씨 구속 여부에 모아졌다.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에 관한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경향신문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구속 수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면서 '불구속'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양쪽 입장을 병렬적으로 소개하며 한쪽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다만, 사설에서 한겨레는 "구체적인 증언과 물증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면서 "증거가 명백한데도 끝내 부인하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역시 "범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면서 "이미 수 많은 공범들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구속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수본은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씨의 혐의가 최소 14가지에 달하는 데다 뇌물수수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등 죄질이 나쁜 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최순실씨 등 피의자 대다수가 구속 기소된 점 등을 미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고려할 것과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잘못은 박근혜가 했는데, 조선일보 "개헌으로 풀자"

이날 아침신문은 일제히 박근혜씨 구속에 관한 사설을 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박근혜씨의 태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진심과 사죄 빠진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에서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박근혜씨의 입장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진정성은 도무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책임에 맞지 않는 영혼 없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 22일 조선일보 사설.
▲ 22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사설의 분위기는 달랐다. 박근혜씨를 비판하기 보다는 '제도'에 대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검찰청 출두 전 대통령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다. 

결론은 개헌이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나 그 핵심 측근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나라는 우리 외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람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략) 한국식 대통령제는 수명이 다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대선 중이라도 개헌특위는 새 체제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개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씨의 잘못 보다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문제였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짰다. 동아는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에 이어 검찰에 소환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며 "역대 대통령 모두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수치스러운 관행을 끊어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본선같은 예선, 민주당 경선 레이스 본격화

21일 마감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214만 명이 참여했다. 이는 2012년 경선 선거인단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민주당은 22일 현장 투표소 투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건 광주 민심이다. 동아일보는 "호남 경선이 최종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사설에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승기를 잡았고, 이후 야권 후보는 모두 호남을 디딤돌 삼아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사설 제목은 "호남을 주목한다"다.

실제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이 차지하는 의미가 큰 건 사실이지만, 동아일보가 문재인 전 대표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남민심'을 강조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후보 간 '네거티브'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그동안의 민주당 경선 토론을 언급하며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파헤쳐서 집권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수준까지 나가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갈수록 인신공격과 네거티브로 흐르는 데엔 민주당이 과거의 방식에 안주한 탓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22일 한겨레 보도.
▲ 22일 한겨레 보도.

21일 MBC에서 민주당 경선 6차 토론회가 열렸는데, 아침 신문들은 '네거티브'와 관련한 기사 제목을 대동소이하게 뽑기도 했다.

"문 '네거티브 말자' 안 '후보님 주변도 노력해줘야'"(한겨레) "문, '한 팀인데 네거티브 하지 말자' 안 '문 지지자들이 더 심해'"(경향신문) "문안, 네거티브 말자 다짐하며 '당신 캠프가 네거티브'"(중앙일보) "문안, 네거티브 자제하자며... 서로 네거티브 설전"(국민일보) "문, '네거티브 심하다' 안 '그쪽 분들이 엄청 하고 있다'"(조선일보) "문 '네거티브 하지 말자' 안''문 지지자들이 인신공격'"(세계일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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