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비서실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 측이 마지막 공판준비기일까지 날선 대립각을 세움에 따라 향후 이어질 공판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의 심리로'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재판, 일명 '김기춘 재판'의 제3회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용복 특검보는 이날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 측이 석명(불명확한 사실 설명)을 요구했는데 공소장 검토를 제대로 안하고 말하는 것 같다"며 날 선 어조를 보였다. 김경종 변호사 등 변호인 3인이 지난 20일 검찰 측에 석명신청서를 제출한 데 대한 답이었다.

▲ 지난 1월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를 향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1월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를 향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민중의소리

김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김 전 실장의 구체적 범죄행위가 무엇인지 △다른 고위공직자들의 공범 또는 피해자 여부 △직권남용·협박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등에 대한 특검 측 석명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직권남용 및 강요·협박 관련) 순차공모 각 단계 마다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것인지, 공범들 행위 전체가 직권남용(혹은 강요·협박)인지 답해주길 바란다"면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기소되지 않은 수석들이 있는데 그들이 공범인지 피해자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강요죄가 포괄죄라고 말했는데, 피해자마다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는데 피해자를 특정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특검 측에 물었다.

이 특검보는 이와 관련 다음 기일까지 석명서를 제출하겠다고 재판부에 전달했다.

특검팀 파견검사 양석조 부장검사는 재판부에 심리를 지연시키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기일에서도 같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양 부장검사는 "공판중심주의는 재판장 앞에서 (증거·진술을) 시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헌법재판소에서의 진술은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건 증언 때문에 본 사건 심리가 지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유진룡 전 장관의 헌재 탄핵심판 증인 출석 관련 속기록을 요청한 데 대해서다.

이상원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이 사건 수사 기록 외 유진룡 전 장관이 탄핵심판에서 증언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관련 진술에 대한 속기록을 문서송부촉탁으로 받고 싶다. 유진룡 전 장관 증인신문을 제일 먼저 한다면 1회 공판기일을 여유있게 잡았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특검 측은 김 전 비서실장 측이 특검이 신청한 증인과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전 실장 측이 특검이 신청한 증인 86명 중 80명 이상을 채택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석조 부장검사는 "(김 전 실장 변호인이) 대부분 증거를 부동의하기 때문에 증거조사가 무의미한게 아닌가 싶다"면서 "변호인이 문체부나 관공서 압수수색한 부분에 대해 동의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기춘 재판은 이날 준비기일을 마무리 하고 다음달 6일 오전 10시에 1회 공판기일을 시작한다.

특검 측은 유진룡 전 장관, 김정훈 문체부 전 예술정책과장과 오진숙 전 서기관 등 3인을 당일 신문할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들 중 2명을 채택해 증인신문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김기춘 재판'의 피고인은 김 전 실장을 포함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교문수석,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 등 4인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지난 1월 구속수감됐다. 김 전 교문수석과 김 전 비서관은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교문수석과 김 전 비서관은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 공판준비기일에도 법정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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