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뿐 아니라 내년부터 적용되는 역사과 검정교과서에도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도발에 의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기술하도록 집필기준을 마련하자 무리한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 7주기를 앞두고 아직 수많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채 남아있는 사건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인 조사결과를 역사적 사실로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1월31일 내놓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에 대해 최근까지 연구자료용 등 원하는 각급 학교에 계속 내려 보냈다. 국사편찬위원회 저자명으로 돼 있는 이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보면 천안함 사건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2010년 3월 26일에는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해군의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다. 이에 맞서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였으나 2010년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고등학교 교과서 뿐 아니라 중학교 역사2 국정교과서에는 ‘피격 사건’이 아니라 ‘폭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10·4 남북 정상 회담에서 합의된 각종 약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군사 도발로 남북한 관계는 악화되었다.”

▲ 국정교과서에 실린 천안함 함미 인양직후 모습.
▲ 국정교과서에 실린 천안함 함미 인양직후 모습.

▲ 지난 1월31일 발행된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의 천안함 표기와 내용. 사진=교육부 교과서 제공
▲ 지난 1월31일 발행된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의 천안함 표기와 내용. 사진=교육부 교과서 제공
이처럼 국정교과서에도 길어야 단 두 문장이다. 7년 째 재판 중인데다 1심 판결문만 300쪽이 넘는 방대한 사건을 ‘북한의 군사도발’이라는 한 구절로 결론을 내린 것은 역사를 기술하려는 최소한의 자세도 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천안함 사건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침몰사건으로 표기하는 등 일부 검정교과서들은 북한 어뢰 소행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편찬원칙을 고수했다. 2016년 2월 발행한 교과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오는 2018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지난 1월31일 내놓아 내년부터 따르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집필기준에 따라 중학교 역사2 검정교과서의 ‘집필방향’의 경우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핵 문제, 인권 문제, 북한 이탈 주민 문제 등 최근 북한 동향의 심각성에 대해 서술하며,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북한의 군사 도발과 그에 따른 피해상을 기술한다”고 명시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의 ‘집필 유의점’에 대해 교육부는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핵 문제 등 최근 북한의 동향의 심각성에 대해 서술하며,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북한의 군사 도발과 그에 따른 피해상을 기술한다”(91쪽)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집필기준에 대해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라 2018학년도부터 적용될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작년 12월27일)’에 따른 후속 조치로, 검정 교과서의 서술 범위와 방향 및 유의점을 제시한 집필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는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표기를 이 같은 집필기준에 따라 하지 않을 경우 ‘집필기준을 준수하였는가’라는 검정교과서 평가항목에서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은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집필기준 대로 안쓰면 탈락”이라며 “지난 교육과정의 집필기준에는 천안함이 없었으나 이번에 안들어갔다고 하도 난리를 치면서 넣으라고 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검정교과서 발행업체는 아직도 교과서 집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교과서에 대한 검정 여부는 오는 12월 쯤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천안함 사건을 이처럼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까지 정부 발표 내용 그대로를 반영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중학교 역사2 국정교과서 158쪽 하단.
▲ 중학교 역사2 국정교과서 158쪽 하단.

게다가 이 단원의 학습목표가 ‘우리는 평화통일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느냐’이니 북한의 도발 편은 시험문제에서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 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다해도 이를 상세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대치상황에도 평화통일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학습목표”라며 “그러니 역으로 천안함 사건의 경우 자세히 다룰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7년 전 벌어진 최근세사이므로 이런 가까운 과거 일을 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고, 모든 것을 다 다룰 수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도 의원은 전했다.

도 의원은 “과학적 문제제기가 나온 이후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소가 안된 상태에서 자기 주장만 일방적으로 담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천안함 사건이 공식 입장이라 기술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6일 밤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이라 해도 명확한 기준에 의해 편찬돼야 한다”며 “그 기준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 부분에 대한 기술을 집필진이 했는지, 아니면 교육부가 내려보낸 지침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그것은 (어떻게 써야하는지)국정교과서 편찬기준에 제시 돼 있다”고 답변했다.

▲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역사과 검정 도서 집필 기준(안) ( 중학교 역사, 고교 한국사 ) 91쪽.
▲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역사과 검정 도서 집필 기준(안)
( 중학교 역사, 고교 한국사 )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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