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대통령 박근혜씨가 11일만에 입을 열었다. 21일 오전 9시30분 검찰에 출두한 박씨는 “국민여러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박 전 대통령님 아직도 이 자리에 서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지만 박씨는 답하지 않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박씨에 대한 수사는 특수1부가 위치한 청사 10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5일간의 검찰 수사와 70일간의 특검 수사가 밝혀낸 피의자 박근혜의 범죄 혐의는 모두 13가지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이 핵심쟁점이다. 혐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박근혜씨가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씨가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세 차례 담화문을 발표했다.

1차 담화는 JTBC가 최순실씨 태블릿PC에 있는 200여개 문건을 폭로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25일 발표했다. 당시 박씨는 최씨에 대해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의견을 들었지만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 초에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같은해 11월4일 2차 담화를 발표했다.

당시 박씨는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최씨의 개인문제로 규정했다. 이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 박근혜씨가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박근혜씨가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이었다. 박씨는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는 자괴감 발언도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검찰의 조사 요청을 계속 거부했고, 2차담화와도 배치되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박씨는 같은달 29일 3차 담화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씨는 자신은 “어떠한 개익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3차 담화에서는 조사에 임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박씨는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강남 삼성동 집으로 돌아오면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불복 선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씨 입장문을 대독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들과 대화에서 “검찰 수사에 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질문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1·2차 담화에서는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3차 담화와 파면 이후에는 검찰 조사 관련 언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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