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가 21일 오전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선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조사를 받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본격 대선레이스에 돌입한 민주당이 호남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 무슨 말 할까

박근혜씨는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뇌물수수혐의 등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다. 검찰이 조사를 추진한 지 129일 만이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결정된 지 11일 만이다. 또한 지난 12일 청와대 퇴거 이후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박근혜씨는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다. 검찰 청사현관에서 하차한 박씨는 포토라인에 대기 중인 130여명의 취재진과 마주한다. 또한 박씨는 검찰 조사에 앞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 중앙일보 1면 사진 갈무리.
▲ 중앙일보 1면 사진 갈무리.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삼성동 박씨 자택에 검찰 출신 변호사인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가 방문했다. 이들은 약 6시간 가량 머물며 진술 준비를 마무리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변호인 관계자는 “탄핵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기록은 모두 검토했지만 특검 수사내용은 받지 못해 정보 비대칭이 있다”며 “그동안 나온 기사를 토대로 대응 논리를 정리했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변호인단이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꼽은 키워드를 선의와 배신, 사익 등으로 요약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국익을 위해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이권을 추구하는 ‘배신’ 행위를 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박씨는 아무런 ‘사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게 대응논리의 뼈대라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탄핵 심판 과정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최씨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던 고영태씨 등의 배신과 폭로가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최대 쟁점이 될 뇌물혐의 입증 부분에서도 박씨 측은 쟁점인 ‘대가성’과 관련해 특검이 박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세 차례 독대에서 오갔다고 파악한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관련한 대화 내용 전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박씨가 298억여원(약속 금액 포함 433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리의 토대 위에서 박씨는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직후 ‘출석 소감’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왔을 때도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미뤄볼 때, 이날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 경향신문 3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3면 기사 갈무리.
검찰은 박씨에 대한 13개 혐의 중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의혹 입증을 자신하는 검찰과 이를 전면 부인하는 박씨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의 ‘히든카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56권이다. 박근혜씨의 범죄사실 대부분은 최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안 전 수석을 통해 실행되는 방식인데,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꼼꼼하게 받아적어 물증을 남겨뒀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박씨 조사 때 이를 십분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씨와의 차명폰 통화도 박근혜씨에게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해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두 사람은 무려 570여회에 걸쳐 연락을 주고 받았고, 이중 127차례는 최씨의 독일 도피 기간에 이뤄졌다. 또한 검찰의 조력자로 변신한 장시호씨의 구체적인 증언을 토대로 박근혜씨와 최순실씨 간 공범관계를 입증해가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등 박씨의 사법처리 방향에 대해 ‘아직 정해진게 없다’는 입장이다. 박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이후 하루 정도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도 대선 정국에 들어선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검찰은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기 전인 새달 중순 이전에 수사를 마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졌다.

주요 일간지들 '야권 풍향계' 호남 민심 대탐구

한겨레와 국민일보 등 일부 조간들은 민주당 후보 간 첫 경선이 치러지는 호남의 민심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놨다. 기사들을 종합하면 호남민심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대선 승리는 예상됐지만, 세대 별로 민주당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국민일보는 광주와 전남 지역 민심 르포를 실었다. 20일 민주당 순회경선의 출발점이자 ‘야권 풍향계’ 역할을 하는 광주의 민심은 반문 정서와 문재인 대세론이 교차했다고 국민일보는 평가했다. 다만 문 전 대표에 대한 대세론 역시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 혹은 ‘정권교체가 제일 확실해서’ 표를 주겠다는 경향이 드러났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 국민일보 5면 기사 갈무리.
▲ 국민일보 5면 기사 갈무리.
국민일보에 따르면 50~60대는 경선과 대선에서 문 전 대표의 승리를 점치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30~40대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했다. 다만 이들도 두 후보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높게 치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또한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은, 본인과 당의 낮은 지지율 탓에 주목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안희정 지사와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부분이 있어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뽑히면 안 지사를 지지하는 이들이 안철수 전 대표를 뽑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층은 ‘호남 홀대론’에 기반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광주의 시민8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심층좌담을 실시한 결과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50대의 한 시민은 “호남 쪽에 투자하고 인재를 등용해줄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호남의 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집권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그러나 한겨레는 광주의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를 가르는 지점은 세대에 따라 다르다고 전했다. 30~40대는 호남 홀대론에 비판적인 반면, 50대 이상은 호남에 대한 차별 해소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일보의 분석과 달리 한겨레는 30대 이하 연령층의 경우 ‘민주당 상승’, ‘문재인 강세’라는 전국 추세와 연동된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후보 간 치열해지는 공방전

민주당이 대세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 대선 예비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 다섯 차례의 후보 간 상호 토론을 통해 상호 검증의 수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캠프와 안희정캠프 간 충돌을 한 꼭지의 기사로 담았다.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 마감을 하루 앞둔 20일 선거인단 모집에 대해 양쪽 캠프 간 공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6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6면 기사 갈무리.
안희정 캠프의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20일 “문 후보는 노조에 부탁해 (선거인단) 집단 가입을 시켰고, 지역위원장이나 기초 의원들에게 몇 백 명, 몇 천 명씩 모집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한 문 후보가 19일 TV토론에서 매머드급 선거캠프에 대해 비판을 받자 “강물이 흘러가면서 많은 물을 만나고 모아 마침내 바다에 도달하는 것이 정권교체”라고 했던 말을 두고, “내가 보기에는 오물까지 다 쓸어서 잡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문재인 캠프 측 김경수 대변인은 “실제 문제가 있다면 당 선관위 등에 위법 사실을 고발하는 등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또한 문재인 캠프 측은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지지한 수많은 각계원로와 전문가들을 ‘오물’ ‘잡탕’이라고까지 표현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후보 간 공방의 수위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9일 KBS토론회에서 “(군대에서) 전두환에게 표창을 받았다”고 했던 발언 때문에, 20일 광주 5.18민주광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곤욕을 치렀고,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 한국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1면 기사 갈무리.
문 전 대표는 20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비전을 발표했다. 다만 이날 문 전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해명에 진땀을 뺐다. 안희정 지사 역시 “애국심에 기초한 말씀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말씀에 대해 황당해하거나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하는 당원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고, 이재명 시장도 “전두환이라는 존재가 가진 상징적 의미와 광주, 전남·북 국민들의 엄청난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발언을 신중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부산 대통령’ 논란도 불거졌다. 문재인캠프 부산선대위 상임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9일 부산 선대위 발족 기자회견 중 “다시 한번 부산 사람이 주체가 돼 부산 대통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오 전 장관은 “모든 부산 시민과 정치세력은 세대·계층·지역을 뛰어넘어 새로운 부산을 건설하고 나아가 다시 새로운 영남을 만들 것이며, 다시 새로운 호남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부산 시민의 압도적 지지로 만들어 내는 부산 대통령은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진정한 동서화합을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온 ‘부산대통령’이라는 단어를 두고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캠프 정성호 총괄본부장은 20일 “지역주의의 망령을 되살려내는 것은 개혁의 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캠프 측은 이에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말꼬투리 잡기”라고 반박했다.

‘녹조라떼’ 4대강 결국 보 수문 열기로

정부가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보 수문을 열고 유량을 늘리기로 했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이었던 16개 보가 수질오염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외면해온 정부가 결국 보 수문을 여는 해법을 내놓았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는 댐·저수지·보 수문을 열어 하천 유량·유속을 늘리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이에 따르면 정부는 비축된 수량이 있는 경우 상류댐·저수지에 비축된 물을 1~5일 간 흘려보내고 보의 수위를 낮게 유지하기로 했다. 댐·저수지의 비축 수량이 없으면 보 수위만 낮게 조절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2~3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을 시범실시한 결과 낙동강의 수질 개선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에서는 물 높이를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낮추면 중·하류 5개 보에서 남조류 세포가 최대 36%까지 줄어들었다.

정부는 녹조가 심한 일부 보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수문 개방을 시범시행하고 생태계 분석과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최종 정책을 결정할 방침이다.

문체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허가취소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농단 의혹을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허가를 20일 직권으로 취소했다.

문체부는 지난 20일 “기업들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재산을 출연한 것이 아니라 강요 또는 뇌물 공여 목적 등에 의해 출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최순실씨 등에 의해 이뤄지면서, 두 재단이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운영됐다는 사실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는 점이 언급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 민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취소 처분에 따른 청산 절차 등 후속조치에 즉각 돌입해 청산인 선임, 해산등기, 채권 신고 공고 등 청산에 따른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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