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최근 조선일보 창간 97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대선이 치러지는데도 어디서도 새 시대를 열어갈 국가비전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정부 대통령이 임기 도중 파면되고 구여권의 지지율이 바닥인 현 상황을 의식한 듯, 방 사장은 “조선일보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방상훈 사장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정면충돌하면서 이념과 세대 갈등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현 시국에 대해서는 “북의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안보는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이다. 침체에서 탈출할 기미가 안 보이는 경제는 밖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해 수출이 위협받고 안으로 기업 부실과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무력하게 가라앉고 있다”고 평가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연합뉴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연합뉴스
방 사장은 “이런 때일수록 조선일보는 정론지로서의 사명감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의 향배와 민심의 흐름은 때로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말고 지킬 것은 지키고 보도할 것은 보도해야 한다. 누구든, 어느 쪽이든 잘못한 것은 비판하는 것이 정론의 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여권이 몰락해 정권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기존 보도 논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방 사장은 이어 “지금 미국에서는 백악관과 메이저 언론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받고 있는 뉴욕타임스는 최근 구독률이 올라가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정부와 각을 세우며 정부비판 보도를 이어가도 경영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다. 실제 조선일보는 참여정부시절 정부와의 소송전을 ‘좌파정부의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데 이용했으며 정부비판보도로 反노무현 독자층을 확보해 전성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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