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일가가 난치병 연구목적으로 산모들이 기증했거나 유료로 보관된 제대혈을 이용해 불법으로 제대혈 주사를 맞은 사실이 보도되자 제대혈을 기증했거나 보관한 엄마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차병원은 기증제대혈은행 국가 지정이 취소되고 경찰(분당경찰서 지능수사팀)은 차병원을 압수수색했지만 그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서울 강남차병원 앞에서 ‘생명을 살리라고 기증한 제대혈, VIP 피부관리에 쓴 차병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던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과 엄지당(엄마들을 지지하는 정당)’ 준비위원회가 다시 나섰다. 이들은 17일 오전 서울 강남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혈을 보관하거나 기증한 엄마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차병원을 규탄하고 경찰이 조속히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미선 씨(서울대 미생물학과 전공. 현재 모 회사의 연구학술부장)는 14년전 마흔살이 다되어 낳은 셋째 아이의 제대혈을 차병원에 유료로 보관했다. 노산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형제, 자매 부모가 혹여 불치병에 걸렸을 때 막내 아이의 제대혈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증할까 맡길까 고민을 하다 15년간 보관하고 그 후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희 아이가 (차병원의 제대혈 불법 사용을 계기로) 사회 문제에 굉장히 관심을 갖게 됐다. 촛불집회에도 본인이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이 이랬다. ‘엄마 나는 내 제대혈이 어떤 다른 사람, 우리 아이는 누구라고 지칭을 했는데요. 그 사람의 얼굴에 있다는 것을 견딜수가 없어요. 소름이 끼칩니다.’ 라고 얘기를 하더라.” ‘그 사람’은 박근혜를 비롯한 권력층을 의미했다.

▲ 17일 오전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과 엄지당 준비위원회는 서울 강남 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병원과 경찰, 보건복지부에 '차병원의 제대혈 불법사용'에 대한 후속조치내용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7일 오전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과 엄지당 준비위원회는 서울 강남 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병원과 경찰, 보건복지부에 '차병원의 제대혈 불법사용'에 대한 후속조치내용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병원그룹과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경찰서, 보건복지부, 차병원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오는 31일까지 답변 회신을 요구했다. 공개질의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제대혈 기증자에게는 알권리가 있는 만큼, 누구의 제대혈을 어떤 VIP에게 언제 시술했는지를 모두 밝혀라.  

2.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와 사업이 축소되어 제대혈 유료보관자들이 미래에 제대혈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와 가치가 훼손된 것에 대한 대책을 밝혀라. 

3. 형식적인 사과와 책임회피가 아닌 공개사죄와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혀라. 

4. 경찰은 차병원 압수수색 결과와 검찰송치 일정을 밝혀라. 

5. 보건복지부는 기증받은 제대혈의 관리와 차병원의 의료윤리 위반에 대한 추가 관리 방안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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