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전(前) 대통령 박근혜씨의 소환조사 당일 언론 취재 통제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씨가 검찰에 소환되는 오는 21일 국내 언론사 40개 및 외신기자 6명에게만 서울중앙지검 정문 출입을 허용할 예정이다.

국내 언론사 40개는 검찰청·법원 등 사법기관에 등록된 '법조 출입' 언론사다. 이를 제외한 언론사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출입 자체를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월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월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경호 문제를 고려해 언론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안전·경호 문제로 언론 출입을 제한한다"면서 "그 날은 서울중앙지검 출입문 자체를 통제해 출입증이 발부된 기자만 출입이 가능하고 민원인도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청와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청와대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법조 출입 기자에서만 1명 가능(40개 매체에서 1개 매체당 취재기자 1명씩)한 것이고 외신의 경우 외신기자클럽이 있다고 한다. 거기서 추려서 6명만 되고 그 외에는 안되게 해달라고 내려왔다"며 "경호차원에서다"라고 밝혔다. 박씨는 파면 결정을 당해 보수의 95% 연금 지급, 비서관 3명, 국립현충원 안장 등의 예우가 박탈됐지만 청와대의 경호·경비는 예외적으로 제공받는다.

취재 통제 사실이 알려지며 법조 비출입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부당한 언론 통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제 기준이 자의적일 뿐더러 통제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주간비협회 사진공동취재단' 간사 역할을 하는 박항구 기자는 "전직 대통령 예우가 살아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대검찰청 출석 때도 이렇게는 안했다. 지난 아시안게임 때 북한에서 2·3인자 간부가 내려왔을 때도 풀(취재기자단)을 짜서 같이 취재했다"면서 "파면당한 민간인 신분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석일 뿐더러 수백명 민원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곳임데도, 취재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다. 경호·안전 문제 다 이해하니 '출입사'로만 제한하지 말 것을 (중앙지검에) 수차례 건의했었다"면서 "방침을 보면 서울중앙지검 울타리를 아예 봉쇄하겠단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하지 않은 것"이라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검찰청 소환 조사 당일엔 인터넷기자협회 및 일부 법조 비출입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접근이 보장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의 요구 사항을 과도하게 반영해준다는 비판도 있다. 한 주간지 기자는 "경호 핑계로 취재제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청와대 요청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 비출입 기자도 "안전 문제라면 사전에 언론사들 신청을 받아 신원을 확인하면되고, 언론사를 수를 한정해야 한다면 그 중에서 당첨을 하든지 여러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법조 출입사 40개만 취재할 수 있다는 건 검찰이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행정 편의만을 고려한 것"이라 말했다.

소환 당일 언론 출입을 관리할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는 오는 18일 저녁 6시까지 이들 40개 언론사로부터 출입신청을 받은 후 인원을 취합해 출입증을 발급할 예정이라 밝혔다. 각 출입사 별로 취재·촬영기자 각 1명에겐 출입증이 발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기자단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기자단 확인·협의 사항' 문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기자 개인 차량 출입도 금지하고 '근접 취재' 구간에서는 '근접취재 기자만' 진입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붐마이크 설치 개수, 부스·중계석 설치 등도 제한할 예정이다. 소환 전날인 20일엔 밤 9시까지 취재진 전원 퇴거 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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