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폐지론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정권의 통제하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방통심의위의 ‘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는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내보내는 방송사를 어떻게 ‘겨냥’할 수 있는지 드러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과정에서 나온 ‘고 김영한 업무일지’에는 방통심의위가 그동안 얼마나 정권의 통제를 받아왔는지 나타났다. 고 김영한의 업무일지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방통심의위를 활용할 것”,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방통심의위 활용방안을 마련”이라고 적혀있었다.

▲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아래쪽 일지에 '방심위'라는 메모가 남겨져있다.
▲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아래쪽 일지에 '방심위'라는 메모가 남겨져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주권자의 권리: 표현의 자유와 심의제도’ 토론회에서는 “방통심의위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과 “폐지가 아니라 제도개선을 통해 혐오표현 등 규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된 규제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한국언론학회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방정배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윤성옥 경기대학교 교수,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우정 계명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현재 방통심의위가 ‘검열기구’라는 것은 공통적인 견해였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현행 방통위설치법에 따라 결국 '여권6:야권3'으로 구성되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여기에 과반수로 의결되는 합의제기구이기에 사실상 6명이 모든 결정을 좌지우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근혜씨는 대선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했던 박효종씨를 위원장으로 위촉했고 공안검사출신으로 참여연대 해체를 주장해온 함귀용씨를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방통심의위가 현재 민간기구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사실상 ‘국가 행정기관’인 점도 결국 방통심의위가 행정 검열기구라는 것을 드러낸다. 지난 2012년 서울고등법원은 방통심의위를 ‘국가 행정기관’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고,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통신심의를 ‘사실상의 검열’이라고 표현했다.

검열이 행정기관의 모호한 잣대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됐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심의조항이 공정성, 객관성 등 모호한 잣대로 규정돼있으며, 과잉금지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교수는 “방통심의위를 개편해서 재활용하거나, 인권침해 등을 규제해야한다는 선의의 존치론자들도 있겠지만 방통심의위를 그대로 놔둘 때 생기는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라면서 “방통심의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통심의위 폐지는 현재 미디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성옥 경기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자율규제가 이상적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미디어 환경 동을 고려하면 폐지는 적절치않다”라며 “과거에는 소수의 공적 매체가 있고 언론사가 저널리즘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현재는 미디어기업이 사적 이익 추구하고 있으며 경쟁이 심해진 상태라 자율규제에 온전히 맡기는 것 맞지않다”고 지적했다.

▲ 1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주권자의 권리:표현의 자유와 심의제도'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 1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주권자의 권리:표현의 자유와 심의제도'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방통심의위가 ‘규제해야할 것’은 규제하지 않고, ‘규제하면 안될 것’만 규제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윤 교수는 “현재 방통심의위는 규제가 필요한 상황에는 손놓고 있으면서 표현의 자유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해야할 것’은 광범위한 혐오표현이라 볼 수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어린이청소년보호, 소비자보호, 광고규제, 혐오표현과 폭력, 음란물에 대한 보호, 소외계층 보호, 불법정보들은 내용규제가 강화돼야한다”며 “자율규제 시스템으로 갈 때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호호되지 않을 수 있기에 심의의 주체를 복수의 특별위원회로 만드는 등의 방안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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