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국내 3대 언론학회 중 한 곳인 한국방송학회에서 주최한 공식 세미나마저도 ‘해사 행위’라는 이유로 자사 기자의 참석을 불허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 연구회’는 현 공영방송 MBC의 추락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7일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공영방송 MBC의 인적, 조직적, 제도적 문제와 해법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는 최근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서 논문(2012년 파업 이후 공영방송 기자들의 주체성 재구성에 관한 연구-MBC 사례를 중심으로)을 발표한 임명현 MBC 기자가 ‘잉여화, 도구화된 기자들의 유예된 저항 : MBC의 경우’를 주제로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날 임 기자는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했다. 방송학회와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 기자의 세미나 참석을 알게 된 사측이 임 기자에게 ‘세미나 참석은 외부활동이니 신고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임 기자는 사측에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보도본부 간부는 예정된 주제로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것은 ‘해사 행위’라며 세미나 참석 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연구자는 임 기자가 MBC 사측의 반대로 발제에 불참한 것에 대해 “공영방송사가 학문적 논의까지 통제하려는 것에 유감스럽다”며 “기록으로 남을 일이고 이것이 현재 MBC 경영진의 멘탈리티(mentality·사고방식)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방송저널리즘 연구회는 이날 세미나 취지에 대해 “추락을 거듭하는 공영방송 MBC에 대해 국회는 MBC 청문회를 추진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논의하고 있음에도 MBC 문제는 깊이 있는 진단과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의식에서 MBC의 문제를 내부 구성원들의 경험과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연구회 세미나에선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가 임 기자의 발제문을 대독했다. 이어 김재영·이승선 충남대 교수가 ‘MBC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제안의 특성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와 이강택 KBS PD, 송현주·정연구(한림대)·이기형(경희대)·홍종윤(서울대)·박진우(건국대) 교수 등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MBC 구성원들이 2012년 파업 이후 경영진에 의해 징계, 직종 전환, 대체인력 투입 등을 겪으며 체감한 변화와 그 의미를 논의하고 공영방송의 인적·조직적·제도적 차원의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