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보인 ‘대학신문’이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백지발행한 가운데 주간교수가 반올림 기사 게재를 거부한 이유가 삼성 광고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학신문’은 13일 신문 호외를 발행하고 “지난해 1월부터 지속돼온 전 주간 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주간의 편집권 침해사실을 인정할 것 △편집권 침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칙 개정을 약속할 것 △대학신문의 비정상적 인력·예산 상황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편집권 침해 사례는 ‘반올림 기사 게재 거부’ 건이다. ‘대학신문’측은 지난해 1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를 대변하는 단체인 ‘반올림’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학생기자들에 따르면 주간교수는 “기사가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게재를 불허했고 기자단이 추가취재를 통해 사측의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했음에도 기사 자체가 불허됐다.

▲ 지난 13일 백지발행된 대학신문.
▲ 지난 13일 백지발행된 대학신문.

최예린 대학신문 편집장은 “기자단의 추측으로는 지난해 대학신문이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삼성광고를 게재해왔기 때문에 광고와 기사 게재 거부가 관련이 있다고 봤다”면서 “기자단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주간교수는 삼성광고와 반올림 건은 관계가 없다고 부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내 사안에 대한 편집권 갈등사례도 있다. 학생기자들에 따르면 주간교수는 신문에서 ‘학생총회 및 대학본부점거’ 이슈의 비중을 줄이고 ‘개교 70주년 기념’ 이슈의 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또, 주간은 1면 기사에 개교기념식 사진을 추가하거나 단어를 바꾸기도 했다.

서울대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이 협력부처장실에서 확보해 서울대 자치언론 ‘서울대저널’이 보도한 ‘9월13일 확대간부회의 메모’에는 “주간 통제능력 없음” “오도하는 내용” “학생신문인사권 편집권 학생기자단 가지고 있음” 등의 내용이 있어 학교측의 행동이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학언론에서 편집권 침해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 데는 편집권이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2년 동안 동국대, 성균관대, 삼육대, 상지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등에서 편집권 문제로 학보 발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학보사 출신 청년들이 만든 ‘데드라인’의 실태조사 결과 총장 직속으로 편재된 대학언론이 54.7%, 홍보처 소속 10.3%, 학생처 소속 16.3%로 나타난 반면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18.4%에 불과했다.

최예린 ‘대학신문’ 편집장은 “현재 대학신문 사칙엔 주간교수와 기자들 등 구성원이 ‘합의’해 신문을 만든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건 ‘합의’라는 규정에 맞지 않다. 편집권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대학신문 기자들이 책임자로 거론하고 있는 임 아무개 전 주간교수에게 e메일, 사무실 전화 등으로 연락을 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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