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부경찰서가 평소 불합리한 근무 제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일선 경찰을 ‘표적 감찰’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경찰은 전국 경찰 행사에서까지 ‘을질 직원’이라 공개 특정되는 등 경찰청 차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인천남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경장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3차례에 걸쳐 22시간에 달하는 감찰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조사 대상의 상당부분이 경찰의 ‘의무위반행위’로 보기 힘든 것인데다 대부분 1~2년 전에 일어난 일반 행실이었다는 점, 상황이 이러함에도 최소 30여 명 관계인을 불러 조사를 한 점 등이다.

A경장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크게 4가지다. 감찰관은 A경장이 △2015년 5월 경 근무 중 책상 유리를 내려 쳐 깨트린 것 △동료의 조서를 대신 작성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것 △2016년 1월 경 ‘공격적인’ 말투로 지구대 팀장에게 ‘차를 빼’라고 한 것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 등에 경찰청 공문을 공개한 것 등을 22시간에 걸쳐 물었다.

▲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A경장은 감찰조사에서 이를 다 반박했다. 그는 2여 년 전 ‘책상 유리 파손 건’은 당시 술에 취해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던 시민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며 책상을 내리 쳐 일어난 것이라며 당시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허위공문서 작성’의 경우 감찰관은 A경장이 자신이 피해자가 된 사건의 진술조서를 스스로 써서 위법하다 지적했다. A경장은 평소 동료들의 수사서류 작성을 자주 도와줬는데, 당시에도 ‘동료 경찰이 자신이 부르는 대로 타자를 친 것’이라 주장했다. A경장의 조서엔 당시 작성자 사법경찰관의 서명날인도 찍혀있다.

‘공격적인 말투’ 건에 대해 A경장은 "1년 전에 그 일이 있었을 때 말투가 심하다고 했으면 사과할 문제였지만 1년이 지나서 감찰을 통해 들으니 내가 더 황당하다"며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말투가 거슬린다는게 감찰 조사할 내용이냐“고 반문했다. A경장은 2016년 1월 순찰차량 구역에 일반차량이 주차된 것을 보고 지구대 관계자들에게 "저기 순찰차 주차구역인데 누가 주차한거냐? 차 빼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먼지털이식 감찰’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일반행실 감찰에만 최소 30여 명 관계자가 감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감찰 조사가 완료되기 전 조사를 받은 A경장의 지인은 그에게 “내가 2X번째(후반대)더라”고 전했다. 감찰관은 조사 중 A경장이 ‘40명이 넘겠다’고 한 말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나쁜 사람’ 찍혀서 표적감찰?

16일 오전 이같은 과도한 감찰을 ‘표적 감찰’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폭로됐다. 경찰인권센터(장신중 대표)는 이날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갑질 외 을질 직원도 상존, 대응 필요(인천청 A 경장 사례)"가 적시된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달 23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전국 청문감사관 워크샵에서 배포된 자료였다. 경찰인권센터는 “그 자리에서 감찰담당관은 인천남부서 A 경찰관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옷을 벗길 것이라고 공언한다”고 밝혔다.

▲ 지난 2월23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전국 청문감사관 워크샵에서 배포된 자료에 "갑질 외 을질 직원도 상존, 대응 필요(인천청 A 경장 사례)"가 적혀 있다. 사진=경찰인권센터
▲ 지난 2월23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전국 청문감사관 워크샵에서 배포된 자료에 "갑질 외 을질 직원도 상존, 대응 필요(인천청 A 경장 사례)"가 적혀 있다. 사진=경찰인권센터

이는 A경장이 ‘표적 감찰’이라고 주장한 일맥상통한다. 불공정하거나 비합리적이라 여겨지는 경찰 내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말해온 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A경장은 지난 1월1일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파마머리 금지’ 등 일선 경찰 두발단속에 들어간 인천서부경찰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인천 서부경찰서가 하달한 ‘지역경찰 용모·복장 등 단정 재강조 지시’ 공문을 공개했다.

1월2일 그는 부하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자 보복성 인사조치를 한 김경원 전 용산경찰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처벌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김 전 서장을 총경에서 경정으로 강등한 경찰청의 결정이 ‘솜방망이’라는 항의였다.

A경장은 1월5일 경찰인권센터 페이지에 인천남부경찰서가 ‘과태료 실적 압박’에 나섰다는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일선 경찰들이 과태료 경쟁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외근 경찰들이 실적 올리는 기계들이냐”면서 “범죄의심이 없는 차량을 행정벌 또는 과태료 징수 목적으로 경찰 조회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천남부서는 지난 2일 ‘2017년 체납과태료 징수 강화 대책’ 공문을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내려보낸 바 있다.

▲ 지난 1월 인천 서부경찰서가 하달한 ‘지역경찰 용모·복장 등 단정 재강조 지시’ 공문.
▲ 지난 1월 인천 서부경찰서가 하달한 ‘지역경찰 용모·복장 등 단정 재강조 지시’ 공문.

감찰관은 이같은 A경장의 공문 공개도 경찰의 의무위반행위로 조사한 바 있다. A경장은 "제도를 비판하면서 말도 안되는 정책을 시행하거나 지시를 한 지휘관 개인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공문은 개인정보 및 국가 기밀이 아니고서는 공개가 원칙이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대표는 “(이런 감찰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내부를 비판하는 사람들한텐 뒤집어 씌우고 가혹하게 (한다)“며 ”해당 관계자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남부서는 ‘표적 감찰’ 의혹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남부서 관계자는 “감찰 중이라 밝힐 순 없지만 감찰 대상은 위 4개 말고도 상급자의 지시를 어긴 것, 상하 동료들 관계에 있어서 외적인 문제들도 더 있다”면서 “(위의 해명에 대해) 본인 주장이고 당시 동료들은 그렇게 얘기를 안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 행실에 대한 과도한 감찰이라는 지적에 관계자는 “같이 근무한 동료 또는 상급자가 이런 문제점이 있다 제보해서 조사한 것은 감찰 업무 특성상 당연한 것”이라면서 “저희 감찰 조사의 본질은 경찰 실적 비판이 아니라 같이 근무한 직원 간의 관계,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한다던지 이런 것 관련해 조사하는 것”이라 해명했다.

공개된 4가지 조사 대상이 어떤 의무 위반이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감찰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