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인사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최근 영입한 김광두·김상조·김호기 교수 등 세 전문가들이 설명에 나섰다. 문재인 후보가 가장 시대정신에 부합한 후보라 캠프에 들어왔다는 설명이지만, 김광두·김호기 교수 등은 활동 이력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전 원장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은 최근 문 전 대표의 후보캠프인 ‘더문캠’에 지난 15일 합류했다. 이들은 더문캠 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라는 조직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광두 전 원장과 김호기 교수의 경우 과거 행적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김호기 교수의 경우 삼성전자가 2015년 9월 자체적으로 발족한 보상위원회의 보상위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삼성전자 측은 자체적으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개별 보상을 추진했으나 시민단체인 반올림과 유족 등은 이에 반발해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호기 교수에 대해 “가장 악의 기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으로 삼성 사람들이 옮겨가는 현실 너무 안타깝다”고 남기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캠프 인사 영입 발표를 한 뒤 손을 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사진=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캠프 인사 영입 발표를 한 뒤 손을 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사진=포커스뉴스
김호기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문캠 브리핑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 전공이 사회학이다. 사회갈등 해소 차원에서 (보상위원회에) 합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유가족의 아픔과 피해를 가능하면 빨리 치유하기 위해 보상위원회에 참여한 것이며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 반올림의 취지와 활동에 대해서는 사회학 연구자인 제가 보기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빠른 보상을 위해 저희가 하게 됐다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김호기 교수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도 갖고 있다. 이날 김 교수는 “2012년에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글도 썼다”며 “안철수로 대표되는 상징이나 가치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당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며 “박근혜 정부 4년이 지난 2017년 현재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 적폐청산이다. 나름대로의 철학과 비전, 정책을 많이 준비한 후보가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해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박근혜씨의 '경제교사'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서 당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세우고) 공약을 구상한 당사자다. 김종인 전 대표도 김광두 전 원장과 함께 박근혜 캠프에 몸 담으며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었다. 다만 캠프 활동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는 않았다.

김광두 전 원장은 “저는 전문가 포지션이 기본이었다. 그 범위를 벗어나서는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며 “서강대 동문으로 과거 동창회에서 가끔 얼굴을 본 적이 있고 보좌관을 해달라고 했던 인연들도 있어서 (박근혜 캠프에서) 도와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씨에게) 소통 문제를 제기했다. 소통을 잘 하셔야 하는데 못하는 것 같다고 조언을 드렸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소통과 제가 말씀드리는 소통이 차이가 생겨서 조금씩 멀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조 전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에 대해 “제 표현으로는 2012년 말에 이미 (김 전 원장이) 팽 당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렵다”며 “경제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다음 번 대통령은 경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후배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후배들이 ‘당신들 그때 뭐했어’라고 하면 ‘최대한 노력했다’ 그 말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같이 힘을 보태서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구 기득권 불공정 질서를 깨고 새로운 공정질서 만들 가장 강한 의지를 가진 분이 문재인 후보”라고 설명했다.

김광두 전 원장의 경우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제공한 의전용 차량을 이용해 공항과 골프장 등을 10여차례 오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원장은 “공짜는 아니었다. 나름 대가를 지불했다. 오해받을 짓을 했으니 할 말 없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가 발생한 것과 의전 논란이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요소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캠프 인사 영입 발표를 한 뒤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대선캠프 인사 영입 발표를 한 뒤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재벌개혁 문제 전문가로, ‘삼성 저격수’로 평가받는 김상조 전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 뿐만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유력 대선후보들 모두에게 경제 정책 자문을 자임해왔지만,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 몸 담는 것을 선택했다. 김 전 소장은 “(문재인 전 대표는) 5년 전에 비해 본인이 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가에 대한 훨씬 더 많은 교훈을 얻었다. 5년 전 보다는 성숙한 정치인이 됐다는 느낌”이라며 문재인 캠프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세 전문가들은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국가 위기 상황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김상조 전 소장은 “새로운 정부는 인수위 기간도 없이 출범해야 한다. 지금 모든 후보들이 제대로 된 정책 공약집도 못 만든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단순히 제3자적 입장의 전문가 위치에 머물러있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추세를 볼 때 세 전문가 이외에도 최근 영입되는 인사들이 당선 가능성을 보고 ‘이력’을 위해 캠프에 들어온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일종의 사전 ‘인수위’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번 세 전문가들이 ‘더문캠’에 들어와서 만든다는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이외에도, ‘일자리 위원회’나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일종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등 여러 정책 자문 그룹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책 자문단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어 자문그룹으로서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김광두 전 원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부분과 이미 일을 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자문단 간 하나의 결론을 낼 것인지)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각 협의체에서 서로 정책을 거르고 토론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호기 교수도 “인수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정책 조정과 의제설정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