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오는 16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안광한 전 사장에게 수천만 원의 ‘특별퇴직공로금’ 지급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사장은 지난달 23일 MBC 사장에서 퇴임하면서 MBC ‘임원 퇴직연금 지급규정’에 따라 퇴직연금과 함께 특별퇴직공로금을 받을 수 있다.

특별퇴직공로금은 재임 중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한해 퇴직연금 이외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지급하는 돈으로, 전례에 따르면 대표이사에게는 5000만 원가량을 지급해 왔다. 안 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받게 될 퇴직연금만 해도 3억여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방문진 의결 사항은 아니지만 MBC 자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전임 사장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퇴직 후 1년간 월 1000만 원과 사무실 임대료, 200만~300만 원 정도의 활동비, 수천만 원의 차량 유지비와 통신비 등을 지급해 왔다는 게 MB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지난해 12월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안광한 전 MBC 사장 등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해 12월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안광한 전 MBC 사장 등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실제 엄기영 전 MBC 사장의 경우 퇴임 후 1년 동안 2억5000여만 원의 ‘전관예우’ 성격의 특혜를 받았다.

엄 전 사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매월 자문 사례비로 1000만 원, 활동비로 300만 원을 받았고 1년간 차량 렌트비 2080만 원, 기사 도급료 5400만 원, 주유·주차비 1950만 원, 통신비 120만 원, 건강검진비 200만 원 등의 혜택을 받았다.

당시 MBC 사측은 전임 사장에 대한 이 같은 예우 필요성에 대해 △회사 발전에 기여한 MBC 사장에 대한 예우와 배려 △퇴임 사장의 경영 노하우 및 국내외 인적네트워크 전수 △퇴임 사장 예우 기준 마련을 통해 퇴임 사장 관리 제도화 추진 등의 사유를 들었다.

전임 사장에게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받은 자문 내용은 ‘중장기 경영 계획 및 사업전략의 수립 자문’과 ‘경영 향상에 필요한 종합 경영 자문 등’이었다.

MBC 전임 사장의 예우와 관련해 지난해 1월 폭로된 ‘MBC 백종문 녹취록’에서 백종문 부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 같은 경우에는 임기 중에 최고의 시청률, 최고의 매출, 최고의 영업이익을 만들었기 때문에 공로금을 주는 건 당연한데도 방문진에서 안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 부사장은 “안광한 사장이나 같이 일했던 동지들이 그걸 안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안 사장이 (2014년) 3월에 왔을 때 김 전 사장이 새누리당에 가입해서 선거에 출마했고, 그다음에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김종국 전 사장에게 자문역을 맡겼다”며 “이런 와중에 정치적으로 김재철 전 사장한테도 자문역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김재철 전 사장은 2013년 방문진 의결로 해임됐음에도 주총 해임결의 전에 MBC 사측이 퇴직 처리해 주면서 3억여 원의 퇴직연금을 받아갔다. 이후 지난해 3월 임기 만료 전에 퇴직하는 MBC 임원에게는 주는 ‘특별퇴직위로금’까지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관련기사 : MBC도 김재철을 버렸나, 퇴직위로금 안 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는 전임 사장이 받는 거액의 ‘전관예우’에 대해 “안 전 사장에게 특별공로금이 주어진다면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극우 정권의 선전 도구로 전락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혹여 잘못된 과거의 관행에 따라 아무런 공식 절차와 근거도 없이 ‘유령 자문료’ 성격의 예산이 안 전 사장에게 지급된다면 반드시 법적 책임과 관련자 처벌을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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