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로부터 국정농단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가 박근혜씨에 대한 소환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탄핵인용 전 대통령과 일정 조율에 애쓰던 모습과 정반대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씨가 3월 말 전에 구속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수본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내일 소환 날짜를 정해 (박씨 측에) 통보할 것"이라 밝혔다. 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이첩받은 지 12일, 박씨가 대통령에서 파면된 지 5일이 되는 때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박씨와 조율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수본 관계자는 "조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수본 관계자는 "누구하고 의견을 조율합니까? 소환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며 '수사는 검찰 소관'이라는 원칙적인 답을 내놨다. 이전까지 박씨와 일정 조율에 힘쓰던 모습과는 상반된 기류다.

해당 관계자는 '박씨가 먼저 소환일정을 (제의했냐)'는 지적에 "눈치 안봅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대선 상관없이 바로 수사에 들어가냐'는 물음에도 특수본 측은 "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간명한 답을 내놨다.

특수본은 지난 2월 박씨가 녹화·녹음을 거부하며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조사방법이나 이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것"이라며 "물론 영상녹화는 참고인 동의 받아야 하고 피의자는 통보해야 하는 건 있지만 검찰에서 알아서 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검찰은 체포영장 집행 등 향후 대응 절차에 대해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소환조사 시 긴급체포나 구속영장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도 특수본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검과 마찬가지로 검찰은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특검은 박씨에게 삼성그룹 뇌물 수수 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5개 혐의를 적용했다. 기존 검찰 특수본이 특정한 8개 혐의를 합하면 총 13개 혐의가 파악된 상황이다.

박씨 측은 변호사 선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변호인 선임계가) 곧 들어올 것 같다"고 밝혔다. 박씨 측 변호인은 지난 특검 수사 기간에도 변호인을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가 재선임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씨가 이번 주 중으로 소환된다면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4월 초 전으로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 박씨가 소환에 불응할 시 검찰은 강제구인을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박씨가 끝까지 버티기를 해도 검찰은 다음 주 중으로 신병확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 등의 절차가 진행된 후엔 구속 절차를 밟게 된다. 통상적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3월 말엔 구속 영장이 청구될 여지가 크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 1월8일 특검에 피의자로 소환돼 4일 후 구속됐다.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월17일 피의자로 특검에 첫 소환돼 19일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21일 영장이 발부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1월12일 특검에 첫 소환돼 16일 영장이 청구됐다.

이 부회장의 경우는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특검 수사의 경우 피의자 소환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2~4일 가량이 소요됐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신속히 진행된다면 늦어도 3월 말 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소환 조사 중 긴급 체포 영장이 발부될 경우 박씨의 구속 시점은 더 빨라질 수 있다.

'망신주기'였던 노 전 대통령 공개소환, 박근혜는?

한편 특수본은 박씨가 공개소환되는지, 소환될 경우 포토라인에 서는지 등에 대해 "과거 전례를 보겠다"며 "똑같이 한다는 건 아닌데 과거를 검토해서 (하겠다)"고 답했다.

특수본이 말하는 전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다. 검찰은 2009년 4월30일 노 전 대통령을 공개 소환해 대검찰청 본관 현관으로 출입하게 했다.

인근에서 노 전 대통령 출석을 기다리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타고 온 버스에 신발, 날계란 등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 "면목 없는 일이죠"라고 심경을 밝혔다. 뒤이어진 취재진 질문에 "다음에 하시죠"라는 답만 재차 반복하고 대검찰청 본관 입구로 들어갔다.

당시 '검찰 공무원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수사하는데 전직 대통령을 검찰청에 공개 소환했다'는 지적이 일며 '의도적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