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이후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기자들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 주최측은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 기자들에 따르면 탄핵 선고 전부터 탄핵 반대 집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한 경제지 이아무개 사진기자는 탄핵 선고 전 전철역을 벗어나다가 뺨을 맞는 등 집단 폭행을 당했다. 카메라 두 대에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욕설을 하며 ‘이걸 왜 달고 다니냐’고 말하면서 카메라에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떼고 목에 걸린 기자증도 빼앗았다”면서 “더 기분이 나빴던 건 세월호 리본을 입에 갖다 대더니 먹으라고 한 것이다. 그때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 3월10일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기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참가자. 사진=프레시안 최형락 제공
▲ 3월10일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기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친박탄핵반대집회 참가자(오른쪽). 사진=프레시안 최형락 제공
참세상 박다솔 기자는 양쪽 다리에 모두 멍이 들었다. 박 기자는 탄핵 인용 선고 직후 집회 참가자들이 음식물이 든 도시락을 던지는 장면과 파이프로 경찰차 창문을 부수는 장면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던 중에 폭행을 당했다.

박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 봉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렸고 이후 십여 명이 몰려와서 발로 차고 때렸다. 심지어 폭행을 말리던 집회참가자까지 같이 맞았다”면서 “계속 맞으면서 안국역 입구까지 밀려나 전철역 안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탄핵 선고 직후 집회 주최측이 기자들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사인 김민수 대학생 인턴기자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집회 주최측은 10일 오전 11시40분께 “모든 기자와 네티즌 색출 작업에 들어갑니다”라고 외쳤다. 김 기자 역시 폭행을 당했다. 

김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하는 바람에 턱이 다쳤고 계속 밀리다보니 결국은 넘어졌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무서워서 계속 ‘하지말라’ ‘도와달라’고 외쳤고 집회 참가자 중 한 명이 도와줘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박다솔 참세상 기자의 멍든 다리 (왼쪽)와 사진가 정운씨의 신발(오른쪽). 사진=당사자 제공
▲ 박다솔 참세상 기자의 멍든 다리 (왼쪽)와 사진가 정운씨의 신발(오른쪽). 사진=당사자 제공
피해 사례는 14일 오후 현재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파악한 피해자는 12명이며 미디어오늘에 제보된 수와 합치면 피해자는 20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 기자 소속은 SBS, 한국일보, 연합뉴스, 뉴시스, 서울신문, 중앙일보, YTN, 프리랜서 등 다양하다. 

특히 집회 주최측이 폭력을 선동한 것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주최측이 당연히 책임이 있다. 특수 폭행의 공동정범으로 봐야한다”며 “집단폭행에 무기까지 사용한 폭행이라 처벌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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