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당한 대통령 박근혜씨가 끝까지 검찰 수사에 불응해 물리적 충돌을 연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씨가 최후까지 ‘친박 규합’에 나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씨는 검찰의 각종 형사상 처분을 피할 수 없다. 박씨가 ‘자연인’으로 돌아간 만큼 수사상 면책되는 특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 및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씨를 피의자로 입건했음에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강제 소환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검찰과 특검은 피의자 입건에 흔히 뒤따르는 출국금지도 요청하지 않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향후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4월 초까지 박씨에 대한 구속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오는 4월12일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것을 감안해 그 이전에 신병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씨에게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지면 검찰은 피의자 소환 조사에 나서게 된다. 증거조사 보완을 위해 청와대 등 압수수색도 병행된다. 박씨 소환 조사가 진행된 후 검찰은 범죄의 상당성과 도주·증거인멸의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구속영장 발부로 신병이 확보된다면 검찰은 보다 용이하게 혐의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후 검찰은 박씨를 기소해 재판에 넘기게 된다.

문제는 박씨가 소환 통보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박씨는 대외적으로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지난 4개월 동안 검찰과 특검 대면조사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했다. 박씨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까지 심판정에 나타나지 않고 서면의견을 통해 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12일 청와대 퇴거 후 삼성동 사저에 들어설 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밝히며 탄핵 불복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박씨는 검찰이 체포영장 강제 집행에 나설 때까지 버틸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충돌을 연출하면서 자신이 ‘탄압받는’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세력을 규합시키는 등 정치적 효과를 발생시키면서 자신의 무죄 주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이에 발 맞추듯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축 중 하나인 대한민국애국연합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4월10일까지 박씨의 삼성동 사저 인근에 집회 신고를 냈다.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이들은 경찰병력에 물리적으로 맞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탄핵 인용이 선고된 지난 10일 이들이 ‘소요사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폭력성을 드러낸 것을 고려하면 충돌의 강도는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민중의소리

박씨는 체포영장 집행 전까지 ‘친박 집결 장면’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수단체가 매일 박씨를 옹호·지지하는 시위를 여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 종교계 원로 등 친박 인사들이 삼성동 사저를 하루에도 몇 명씩 방문하는 장면을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이 또한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정치적 효과를 내고 탄핵 불복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특히 보수단체가 삼성동 사저 앞에 오는 4월10일까지 집회신고를 낸 것을 고려하면 4·12 재보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오는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린 선거구는 ‘경북 상주’다. 광역의원 재보선의 경우에도 3곳이 대구·경남 지역에 속해있다. 보수로 꼽히는 지역에서 정치적인 세 규합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야권으로 권력이동… 검찰, 수사의지 발휘해 ‘부역’ 이미지 씻으려 할 것

검찰이 얼마만큼 수사 의지를 발휘할 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야권으로 권력이 이동함에 따라 검찰이 박씨에 대한 구속기소 만큼은 적극적으로 해낼 것이라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가장 당선이 유력한 대선 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검찰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를 감시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부터 당 차원에서 공수처 신설, 검사장 주민직선제 등 검찰 개혁 법안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을 시 향후 인사조치 및 검찰개혁 방안 과정에서 상당수가 검찰 옷을 벗거나 검찰을 상대로 수사가 진행되는 등 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대통령 탄핵을 이끈 시민사회 여론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박영수 특검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존 수사기관이 ‘건들지 못했던’ 권력층을 구속기소해 냄에 따라 검찰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가 강화된 분위기도 만들어진 상태다.

청와대 압수수색 관철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검찰 및 특검은 지금까지 청와대 측 압수수색 거부를 용인하는 모습을 취해왔다. 검찰과 특검은 청와대가 ‘군사시설이자 공무상 비밀유지 장소’라는 청와대 측 주장이 형사소송법에 근거했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는 답을 내놨지만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내 국정농단 부역자들을 수사해야 할 검찰에 청와대 압수수색은 필수 과제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기록물은 구조적으로 대거 은폐·파기가 불가능하다. 각종 전자기록 등 진상 규명에 필수적인 정보들도 청와대 내에 남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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