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대통령 사건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한차원 성숙시키는 계기를 마련했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주권재민을 확인하는 역사의 장이 됐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큰 사건의 이면에는 민주시민이 배우고 새겨야 할 학습내용이 많다.

다시는 어리석은 주권자가 되지않기 위해 탄핵사건 이면에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내용과 그 악역들의 언행에 대해 의미를 짚어보자. 역사에서 배우지못하는 민족은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학습 1. 목숨을 함부로 거는 사람이나 그 논리는 선동가, 사기꾼들의 전매특허다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무슨 결백이나 특정 주장을 내세우는 정치인, 선동가들은 늘 나오기 마련이다. 이들의 말은 간단히 무시해도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그것도 수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 자살을 예고한 가수이자 생명운동가 이광필(54)씨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명분은 확실하지만 내가 생명운동가로서 내 생명을 소중히 해야 해 (자살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운운 하면서 자칭 생명운동가라는 주장은 사기꾼에 가깝다. 탄핵전에는 ‘죽겠다’고 했다가 이제와서 ‘못죽겠다’고 한다. 대중가수가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한 셈이 됐다. 경찰력만 허비시키고 자신은 바보가 되는 어리석은 언행을 하는 이유는 또 다른 무지몽매한 대중을 선동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미홍이라는 사람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을 내놓겠습니다.”라고 주장하며 “...모든 걸 걸고 싸우다 죽겠습니다.”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내세웠다. 언론에서 이를 크게 보도하자 거꾸로 언론탓하며 ‘누구 좋으라고 죽겠냐’는 식으로 말장난을 했다. 전직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목숨을 걸어놓고‘ 돌아서서는 자기부정하는 식이다.

새누리당의 대표를 지낸 이정현 국회의원도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지금은 어디 쳐박혔는지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완구 전국무총리는 고성완종씨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목숨을 걸고 결백”을 주장했다. 더 이상 무슨 예화가 더 필요한가.

학습 2. 변호사가 법리다툼보다 태극기를 두르거나 광고, 선동에 의지하며 체제를 부정하는 행태는 살인, 강간 등 흉악범보다 더 폐악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법률을 최종적으로 심리하는 민주적 제도로써 이땅에 도입한지 30여년이 됐다. 논란속에서도 꾸준히 그 역할과 위상을 가꿔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재는 재심없이 단심으로 끝낸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법리를 무시하며 변호사가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더구나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72)가 또 신문광고를 내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맹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3월 11일자 주요 일간지에 낸 ‘오늘부터 우리는 제2건국의 행군을 시작합시다’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그는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너무나 충격적인 판결”이라며 “우리 법치 애국시민들의 마지막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체제를 부정하며 선량한 국민을 선동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입만 열면 종북 빨갱이를 떠벌리던 극우인사들이 행태는 ‘빨갱이’짓을 스스로 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위 체제 부정의 빨갱이짓을 더욱 노골적으로 하는 변호사중 서석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헌재를 부정하며 "500만 태극기 집회 민심의 영적 전투는 계속돼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절박한 기도와 헌신을 바칠 때다"라며 집회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헌재에서조차 태극기를 끄집어내다 제지를 받은 그는 ‘아스팔트 피’운운하며 혁명가, 선동가를 자처했다. 늙은이의 선동은 젊은이의 피와 희생을 부르는 법이다.

학습 3. 민심의 흐름을 읽지못하는 정치인은 정치꾼은 될 수 있어도 정치가는 될 수 없으며 곧 국민의 버림을 받게 된다.

자유한국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문"이라고 했다. 그는"아무리 촛불이 많다고 해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조원진, 김진태 등 소위 친박인사들이 뜻을 함께하는 주장이다.

정확히는 촛불은 불만을 표출했을 뿐이고 대통령을 파면시킨 곳은 헌재이다. 재판관 8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헌법위반을 결정한 내용은 국민들의 민주교육 교과서로 읽힐 정도인데, 이해가 안될 정도라면 대중 정치인을 그만두고 하루라도 빨리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더 비루해질 일만 남았다.

학습 4. “우리 인생은 내게 일어나는 일 10%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90%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2차 포에니 전쟁(로마와 카르타고)에서 한니발로부터 위기의 로마를 구해낸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장군의 명언이다. 박근혜는 대통령 집권까지는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진정으로 이 나라를 주권재민의 민주국가로 발전시키고 싶었다면 대통령이 된 후는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대응해야 했다. 비선실세를 두고 과거를 답습한다는 것은 헌법적 가치와 투명한 행정 구현에 역행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일부 참모진에서 비선실세에 의존하는 일은 그만두자는 건의가 나왔을 때, 심지어 문체부 장관이 고언을 했을 때 또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스스로 불통과 고집, 자멸의 길을 택한 셈이다. 2014년 세계일보 보도가 나왔을 때, 혹은 2016년 JTBC 등 보도가 나왔을 때 이어 대국민 사과를 했을 때 등 뒤늦게라도 올바르게 대응하는 길을 택했더라면 이제와서 촛불을 탓하고 헌법재판소를 탓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고 잘못을 고했을 때는 우리 국민은 그렇게 야박하지 않다. 그런데 끝까지 거부하고 부정하고 부인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나왔지만 청와대를 모텔삼아 보일러 수리 운운하며 즉각 떠나지도 않고 헌재 수용 메시지 하나 없는 대응 방식은 국민의 마지막 동정심마저 없애버리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악수중의 악수다.

민초들은 부모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박근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저렇게 인생을 살게 되면 말년이 초라해진다는 진리를 배운다. 사과도 진정성이 없으면 안하느니 못하고 메시지도 필요할 때 하지못하면 역효과가 나는 법이다. 역사적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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