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도 ‘불통’이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렸지만 청와대 관저에서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어떠한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민간인’ 신분으로 청와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난이 크지만 퇴거가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

 12일 청와대 관계자가 “사저가 준비되는 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내일(13일) 오전에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 역시 ‘예견’에 불과하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히지 않는 한 퇴거 시점은 추측에 불과하다. 

파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에선 13일에도 퇴거 불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노동당은 지난 11일 “국가중요시설이자 군사보호시설인 청와대를 무단점거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하고 긴급 체포를 촉구했다. 

민간인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이 건조물 침입죄(형법 319조 1항)와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를 저지르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게시판도 조속한 퇴거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도배되고 있다. 박아무개씨는 청와대 게시판에 “무단점거는 형사처벌 사건”이라며 “파면된 사람이 청와대라는 국가 기밀 시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것은 형사 처벌 사건이다. 검찰은 청와대에서 박근혜를 즉각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아무개씨도 “대통령도 아닌자가 왜 우리 세금으로 청와대에서 먹고 자느냐”며 “사저가 준비가 안 됐으면 호텔 가시면 되지 않느냐. 서민에게는 바로 법 적용하면서 박근혜씨에게는 왜 이렇게 너그러운가”라고 비판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도 12일 논평을 내어 “청와대는 민간인 신분으로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사저가 아직 정돈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중요한 국가기록물에 손을 대며 증거인멸을 시도하기 위함이 아닌가 우려한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침묵하는 청와대에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영훈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1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직후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국민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을 마뜩잖게 보고 있다”며 “혹시라도 검찰 수사를 대비해 증거를 인멸하고 대응 논리를 맞추는 것이라면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침묵과 청와대 버티기는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를 높일 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통합을 위해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보수세력에게 과격시위 자제는 물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 이후 48시간이 다 돼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이러한 침묵이 근거 없는 소문을 낳고 국민 분열을 증폭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제수석실과 경호처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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