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170일 파업 중 해고된 후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해직기자도 11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시민들을 격려했다.

이 기자는 11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범국민행동에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반드시 개혁해야 과제 중 하나인 언론 분야 대표 연사로 무대에 올라 공영방송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

이 기자는 “대통령도 국민이 뽑는데 검찰총장과 공영방송 사장을 왜 국민이 못 뽑느냐”며 “우리 민주주의 제도를 좀 더 확대해 공영방송 사장과 검찰총장 등을 뽑는 과정마다 아래로부터 감시 제도를 만들고 아래로부터 권력기관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한 사람의 파면이 끝이 아니라 ‘이명박근혜’ 정부 동안 쌓인 온갖 사회적 적폐를 청산할 새로운 시작이라는 게 촛불시민의 외침이다. 이 기자도 사회적 적폐 청산의 첫 출발점은 검찰과 언론을 개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11일 열린 마지막 박근혜탄핵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11일 열린 마지막 박근혜탄핵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기자는 이어 “인정하고 싶건, 싶지 않건 박근혜 게이트는 언론에서 출발했고, 특검을 통해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을 일부나마 밝혀낼 수 있었다”며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면 재벌·관료·기업·노동 문제 등 모든 사회적 적폐를 해결하는 출발점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기자는 “지난 넉 달 반 여러분이 이 자리에 나와 ‘박근혜 물러나라’고 그렇게 외쳐댔는데 그 목소리를 언론이 대신해서 냈다면 추운 겨울 이 차가운 자리에 나올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과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인데 인사권을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에 맡긴 결과 검찰과 언론이 이들의 눈치를 보며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아래 발언 영상 출처 : 오마이TV)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도 “언론부역자 청산하라. 공정언론 실현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우리가 사랑한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 ‘100분 토론’ 다시 보고 싶다. 이 광장에서 MBC 기자와 다투지 않고 사랑하는 ‘마봉춘’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퇴진행동은 지난달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한 ‘촛불권리선언을 위한 시민대토론’에서 모아진 시민 2201명의 의견을 토대로 ‘2017 촛불권리선언’을 발표했다.

‘촛불권리선언’에선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서도 “촛불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언론을 통제한 권력과, 이에 협력한 언론에 대한 심판”이라며 “사람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국가는 이를 적극 보장해야 하며 이 권리를 공권력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적인 이유로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해서도 안 되고, 양심수는 석방돼야 한다”면서 “민주사회를 위해 언론의 자유는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공권력 행사는 금지된다. 언론은 민주적인 공론의 장을 제공해야 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12월28일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80여 명은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청와대 방송 중단과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점심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강성원 기자
지난해 12월28일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80여 명은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청와대 방송 중단과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점심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강성원 기자
한편 MBC 김장겸 경영진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10일에도 MBC에서 ‘PD 저널리즘’의 전성기를 이끌다 ‘김재철 체제’ 이후 징계와 부당전보를 당한 이근행·한학수 PD를 또다시 전보 조치해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김연국)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두 PD를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인사발령 냈다. 두 사람 그동안 주조정실에서 방송 송출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편성국MD(Master Director)로 있었는데 이번 인사에서도 프로그램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발령 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탄핵 선고가 이뤄진 오늘도 MBC는 이근행·한학수 PD 등 이미 현업에서 배제된 구성원들에 대해 또 한 번의 부당전보를 자행했다”며 “적폐 세력 청산’이라는 국민적 명령을, 적폐 당사자인 MBC 경영진이 거역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5년 MBC는 ‘언론의 길’이 아닌 ‘부역의 길’을 걸어왔다. 정권의 비리를 감시하기는커녕, 정권의 이익을 수호하는 친위대 역할을 했다”면서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게이트 국면마다 사태의 본질을 왜곡·훼손하고 정권을 대변하는 잇따른 보도 참사로 시청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고 지적했다.(▶헌재가 박근혜의 언론자유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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