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10일에도 공영방송 MBC의 친박집회 예찬 보도는 계속됐다. “태극기 물결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탄핵반대 집회 주최 측의 입장을 전하며 조기 대선 국면까지 친박집회를 띄울 모양새다.

MBC는 이날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보수 세력 광장으로 이끈 ‘태극기 집회’…‘새 바람’”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이번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도 계속됐다”며 “보수 세력을 광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MBC는 이어 친박집회에 대해 “주최 측 추산 누적 참가자 1500만 명”이라는 아무런 검증 없는 보도를 내보내면서 “19번에 걸쳐 펄럭였던 태극기의 물결은 대통령 퇴진을 막지 못했지만 보수권 집회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리포트를 소개한 이상현 앵커와 백연상 기자 말고는 누가 친박집회를 ‘보수권의 새로운 장’이라고 평가했는지 알 수 없다.

1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1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아울러 MBC는 이날도 최순실의 ‘입노릇’에 충실했다. 이어진 “최순실, 탄핵 결정 소식 듣고 법정서 ‘대성통곡’”리포트에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정하는 최순실 측 변호인의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변호인이 재판 도중 휴대폰을 통해 파면 소식을 전해주자 최씨는 속이 타는 듯 물을 연신 마시고 입술을 깨무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법정에서 박씨의 파면 소식을 들은 최씨가 “오열하며 대성통곡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 “최씨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끝없이 회오하고, 형사재판에서 자신에게 부여되는 책임을 감수하고자 한다”며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듭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MBC는 헌재 결정을 부정하는 이 변호사의 주장도 강조했다. MBC는 “헌재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최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검찰의 공소장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는 일부 음모 모략 집단에 의한 기획사건이고 역사가 준엄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변호인의 입장까지 전달했다.

박근혜씨의 4년여간의 국정 행보와 정치 역정에 대한 리포트도 박씨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났다. 특히 MBC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 박씨를 소개할 때 “지난 1961년, 5·16으로 집권한 아버지를 따라 청와대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피격당한 뒤엔 스물셋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했다”고 전했다. ‘5·16 군사정변(쿠데타)’이라는 공식 정의가 있는데도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못했다.

1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1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MBC는 또 박씨에 대해 “불법 대선 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얻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역풍으로 휘청거리던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당시 한나라당을 살려냈다”며 “2년 뒤 지방선거에선 ‘커터칼 테러’를 당하면서도 압승을 이끄는 등 잇따른 승리로 ‘선거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얻었다”고 치켜세웠다.

대통령 당선 후 지난 4년여간의 임기에 대해선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18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임기 내내 소통과 타협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됐다”며 “결국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의 피의자로 전락했다”고만 짧게 지적했다. 정권 초반부터 불거진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무책임과 무능, 남북관계 파탄 등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었다.

KBS도 MBC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KBS 역시 박씨가 “1963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청와대에서 영애 생활을 시작했다”며 ‘5·16 쿠데타’는 생략했다.

이어 MBC와 거의 비슷한 구성으로 “‘차떼기’ 불법 대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등으로 한나라당이 위기를 맞았을 때 구원투수로 나서 당을 안정시켰다”며 “2006년 지방선거 때는 피습까지 당하면서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등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자신도 5선 의원까지 올랐다”고 평가했다.

KBS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문건 파동, 문고리 3인방으로 대표되는 독선과 불통의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만 간략히 덧붙였다.

10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10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반면 SBS는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 국정농단 등과 함께 “기초연금과 반값 등록금 지급 대상이 크게 줄면서 공약 파기 논란을 낳았고, 야심 차게 내놓았던 창조경제 구상은 실체가 도대체 뭐냐는 비판 속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임기 후반 공공 부문과 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부문을 개혁하겠다고 밀어붙였지만, 국회와 대화가 아닌 대결을 하면서 대부분 좌초됐다”고 지적했다.

또 “사드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외교 안보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결정을 거듭해 풀기 어려운 난제를 남겼다”며 “결국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콘크리트 같다던 공고한 지지층마저 무너져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도 아울러 역사에 남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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