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내놓는 정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 관심이 지지율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왜일까.
최근 SNS에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패러디인 ‘대깨심’(대가리가 깨져도 심상정)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여성정책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이런 반응들이 나왔다. 심상정 대표는 대선 후보 최초로 ‘낙태수술 합법화’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신종 3대 여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폭력·디지털 성폭력) 근절 정책’을 공약해 호응을 얻었다. 이재명 시장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이런 정책들은 여타 다른 야당 대선 주자들과의 차별점을 보여준다.
SNS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가 낮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한 예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출연한 9일 JTBC '썰전'의 시청률은 다른 대선후보와 비교해보면 문재인 전 대표를 이어 2순위였다. ’썰전‘ 심상정편의 전국가구평균 시청률(닐슨 코리아 유료매체 가입 기준)은 5.987%로 문재인 전 대표 7.208%보다는 낮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편 5.311%, 안희정 충남지사편 5.157%,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4.922%보다 높았다.
심상정 대표에 대한 관심이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꼽아보자면 △당선 가능성에만 집중하게 하는 선거 제도 △심상정 대표 개인으로는 여성과 성소수자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의당이라는 정당이 그러한지는 알 수 없다는 점(정의당 ‘논평 사태’ 수습 미흡) △진보정당 역사 흐름에서 쌓아온 악감정 등을 들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지지를 뚜렷하게 나타내기보다 ‘당선 가능성’을 보고 지지하는 유권자의 성향 때문이다. 이는 항상 군소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군소정당의 후보에게 ‘야권 통합’을 강요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새누리당 세력과 민주당 세력이 경합을 벌일 때 진보 군소정당이 표를 뺏어간다는 논리다. 이러한 압박은 유권자에게 가해져 제1야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차악’을 뽑는다며 제1야당의 후보를 뽑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당선 가능성’만 두고 투표를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성향을 만든 것은 결선투표가 없는 한국의 선거제도 탓이 크다.
두 번째로는 ‘정의당 논평 사태 수습 미흡’으로 인해 심상정 대표 지지를 꺼리는 사례들을 들 수 있다. 정의당 논평 사태란 지난해 7월 게임업체 넥슨이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은 성우의 목소리를 게임에서 삭제한 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비판 논평을 내자 이를 삭제한 사건을 말한다. (관련기사:정의당, 메갈리아 관련 논평 ‘철회’)
‘정의당 논평 사태’ 때문에 심상정 대표가 아무리 좋은 여성정책과 성소수자 관련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정의당을 지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심상정 대표에 우호적이지만 정의당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한 20대 유권자는 “심 대표가 내놓은 정책이나 발언을 생각하면 심상정 대표를 뽑고 싶지만 ‘중식이 밴드’사건이나 ‘논평 사건’때 보여준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라며 “심상정 대표를 찍는다고해도 정의당을 지지하기는 싫어서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 정의당 전 관계자는 “정의당 논평 사태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혀 여성주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심 대표의 원리원칙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며 “사태 이후에도 정의당 당게시판 등에 들어가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글들이 많이 보이는데 심 대표의 정책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도 그런 정의당의 모습 때문에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심 대표를 지지할 만한 사람들은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등에 부족함을 느끼는 진보적인 시민들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 사람들은 굉장히 까다로운 유권자에 속하기 때문에 과거 이런 사태를 찝찝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전 대표를 지지할만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진보적 유권자’인 점에서 또 하나 심상정 대표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심상정 전 대표가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 등으로 옮기는 과정,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정의당 합류 등의 과정을 지나면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한 정의당 관계자는 “심상정 대표는 진보정당의 역사에 쌓아온 악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며 “결국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당을 계속 바꿔가며 사람들을 바꾸지 않았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