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직무정지 효력이 곧바로 발생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버티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10일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삼성동 사저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짧은 메시지를 전달되면서 ‘셀프 감금’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흘러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 이동하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관저에 있게 된다”면서 “오늘 입장이나 메시지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고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불복 프레임을 짜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탄핵 찬성 및 반대 측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혹여 박 전 대통령이 불복 메시지를 밝힐 경우 정국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 전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해석이 난무하면서 지지층들의 탄핵 결정에 대한 반발도 커질 수 있다. 이날 헌재 앞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소요사태로 볼 수 있는 폭력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침묵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도 주목된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30분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헌정 초유의 상황을 초래한데 대해 내각의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권한대행은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에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짧은 만큼, 선거일 지정 등 관련법에 따른 필요한 준비를 서둘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이 공식적인 선거 관리 책임자가 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은 탄핵 전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탄핵이 인용될 경우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후보로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지층으로부터 출마 압박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는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 책임자라는 점, 그리고 선거를 관리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떨어진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볼 때 황 권한대행은 유일하게 남은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을 공고하고 사퇴한 뒤 심판에서 선수로 뛰는 그림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28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28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황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정 운영에만 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형남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며 “황 권한대행이 한가하게 대선출마를 저울질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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