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직무정지 된지 92일만에 대통령직에서 결국 파면됐다.

10일 오전 헌재는 헌정 사상 두 번째인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정 사상 두 번째 심판이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회 측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대기업이 출연한 자금이 박 대통령의 강요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외에도 국회 소추위원단은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의 해임에 개입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박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을 의무를 다하지 않아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박 대통령 의상비 등을 지불한 것을 두고 법률 위반으로 봤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자유 침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생명권 보호 의무 등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문체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됐기 때문에 인사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책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6명의 일급공무원의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사유역시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이 해임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건은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의 여부는 탄핵 심판 여부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김이수 재판관과 이진석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생명권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헌법 상 국가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를 위배한 것은 사실이지만 탄핵 사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충 의견으로 밝혔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등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며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할 수 없다"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으며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을 통해 최서원의 이권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에 위배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면서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 기관에 의한 견제와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한 피 청구인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더블루케이와 KB코퍼레이션 지원 등 최서원의 사익추구 관여에 지원했고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혐의는 재임 기간 전반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주의 등을 훼손했고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위배했으며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충의견으로 안창호 재판관은 "이 사건의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문제가 아닌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헌재 재판관들은 오전 8시 등 이른 시간에 출근해 선고 전 마지막 평의를 진행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판결 당일까지 논의를 진행했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되는 선고 직전까지도 재판관들은 이번 사안의 결정문 논리 구성에 힘을 쏟았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심판인 만큼 헌정 사상 유래없는 판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대에 오른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지 63일만에 헌재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려 즉각 권한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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