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 여성의 날을 맞아 세워진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에도 다양한 소녀상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조각가 역시 "평화의 소녀상을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는 고민은 꾸준히 하고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시 금융 중심가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던 조형물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상 앞에 7일 새벽 ‘두려움 없는 소녀’(Fearless Girl)상이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조각가 크리스틴 비스발이 만든 것이다. 금융사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Corporation)이 비용을 지원했다.

소녀상 아래는 “여성 지도력의 힘을 알라. 여성(SHE)은 차이를 만든다”라는 글귀가 써있다. 소녀상을 세운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로리 하이넬 이사는 “이사회와 임원들의 성 다양성이 높을수록 실제로 기업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됐다”며 소녀상을 세운 이유를 밝혔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지난해 ‘성 다양성 지수 펀드’(SHE)를 만들기도 했다.

▲ 미국 월가에 세워진 '두려움없는 소녀상' 사진=Getty Images
▲ 미국 월가에 세워진 '두려움없는 소녀상' 사진=Getty Images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이 소녀상을 통해 회사가 투자하는 3500개 기업에 여성 임원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주요기업 3000개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은 4분의 1이었으며 기업 이사회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6%였다.

이 소녀상은 현재 일주일 동안 세워져있도록 인가된 상황이며 외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현재 한달 이상 설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9년 세워진 월가의 황소상 역시 일종의 게릴라 예술이었으나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 영구보전이 결정된 만큼 소녀상의 보전 역시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7일 새벽 이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 이틀 만에 인스타그램에는 ‘#fearlessgirl’이라는 태그로 5600여건의 사진이 올라왔다. 한국에서도 소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소녀상인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cats.jpg
인스타그램의 '두려움없는 소녀상'에 대한 게시물들. 
여성학자인 권김현영 작가는 “한국의 소녀상도 차라리 이런 여러 모습이기를”이라며 “맞서 싸우고 친구를 지키고 눈물을 닦고 입을 앙다물고 두 손을 치켜들고 욕도 하는 그런 모습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권김현영 작가는 “그리고 무엇보다 '싸우는 할머니들'의 동상이 세워지기를”이라고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의 이미지가 위안부 피해자를 10대 소녀로 한정하고 소위 ‘단아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쉽다는 비판은 꾸준히 지적됐다. 이는 소녀상을 지키고 더 많은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이들 사이에서도 나온 입장이다. 중국에서 ‘한중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윤명숙 박사도 “소녀상은 소녀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다. 가부장적 순결 이데올로기와 결부돼있다”라며 “위안부 문제 피해자가 소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한겨레 “상하이 한중 ‘평화의 소녀상’도 일본 압력에 철거 위기”)

이에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조각가 역시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모습의 소녀상을 제작할 것이라 밝혔다. 9일 김운성 조각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소녀상의 상징적 의미가 커서 일본이 지금 있는 소녀상도 없애려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하며 더 역동적이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