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박 대통령이 10일 헌재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헌재 탄핵심판을 앞두고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차분하게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고만 밝혔다. 박 대통령도 헌재 선고와 관련에 아직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측은 10일 헌재 결정 직후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하든, 인용하든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기각 또는 각하의 경우 직접 발표하고, 인용의 경우 측근을 통해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전례에 비춰보면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5월14일 헌재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후 이튿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다음날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사진=KBS 방송 화면 갈무리.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다음날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사진=KBS 방송 화면 갈무리.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탄핵 국면이 시작됐을 때 저는 우리 국민이 이 상황을 잘 극복해갈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일말의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통령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역량에 대해 다시 한번 굳은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그중에서도 대선자금과 제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과오는 분명한 저의 허물이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울분을 토하며 온몸으로 탄핵 가결을 막으려 했을 때 환하게 웃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도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지금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로까지 이어지게 한 결정적 보도를 했던 JTBC 손석희 사장은 2004년 4월 MBC 라디오 ‘시선집중’ 진행자로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때 웃은 이유에 대해 “편집이 잘못된 것”이라며 “그때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나를 막 부르면서 ‘박근혜 너마저’ 어쩌고 해서 그때 내가 그 얘기를 듣고 잠시 쓴웃음 지은 것이 어떻게 그렇게 이상하게 편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 측의 ‘편집한 것이 아니다’는 반박에 대해서는 “편집이 됐지 않습니까? 보면 다 아는데”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문제와 관련해서도 손 진행자가 “경제가 이 상황이 된 것은 지난 노무현 정부의 탓이다 이렇게 일단 분석하시나 보죠”라고 묻자, “그렇다. 작년에 이 정부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해보라 하니까 많은 학자들이 우왕좌왕이라고 꼽았다”면서 “도대체 어디로 이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해 투자라든가 모든 것이 위축되고 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손 진행자의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거대 여당일 때 IMF 환란이 빚어진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그때 여러 가지 법안 통과 문제라든가 이런 걸 볼 때 한쪽만의 책임은 아니다”라면서 “한나라당은 새롭게 거듭나는 정당으로 모든 당력을 국민의 생활 고통을 최소화하고 또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꼼꼼히 챙기는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진행자가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겠다, 그런 말씀인데, 유권자들의 판단은 과거를 보고 하지 않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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