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국정원 보도’ 등 SBS 기사와 관련해 SBS를 항의 방문한 것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오전 “자유당이 공정방송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7일 SBS를 항의 방문해 박정훈 SBS 사장과 김성준 보도본부장과 20여 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대출·민경욱·강효상 등 한국당 의원들은 SBS 국정원 보도를 문제 삼았다.

SBS ‘8뉴스’는 지난 4일 “‘국정원, 올 초부터 헌법재판소 불법 사찰’”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관련 동향을 불법 사찰 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미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당 내 미디어팀에서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SBS 보도 공정성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며 “SBS에 공정보도를 요구하기 위해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7일 SBS를 항의 방문해 박정훈 SBS 사장과 김성준 보도본부장과 20여 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 사진=박대출의원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7일 SBS를 항의 방문해 박정훈 SBS 사장과 김성준 보도본부장과 20여 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 사진=박대출의원실
박 의원은 이번 방문과 관련 “이미 SBS 일부 보도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정보원의 헌법재판소 사찰과 탄핵 반대 집회 등과 관련해 SBS가 시청자들에게 명백히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SBS에 언론 공정성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SBS측에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도 했다.

SBS ‘8뉴스’ 앵커인 김성준 본부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 국면에서 공정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당연히 선거에 있어 불편부당할 것’이라고 전했다”며 “국정원 보도에 대해 그쪽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취지였으나 우리 나름대로 취재를 했기 때문에 사실을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서) 공정 보도를 요청하곤 한다”며 “서로들 잘 아는 사이이니 웃으면서 잘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언론 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김효은 민주당 부대변인은 9일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자유당이 공정방송을 운운하고 미방위 파행 주역인 박대출 간사가 항의단을 이끌고 갈 자격이 있느냐”며 “현 정권의 국정 운영 동반자였던 자유당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서 빼앗아 정권 하수인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MBC 백종문 녹취록 사건에서 입증됐듯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PD 등에 대한 부당해고 등 보복성 징계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직접 개입하는 ‘보도지침’이 확인됐다”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신스타일 언론 통제를 통해 박 대통령 및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등 언론통제와 언론인 탄압의 수많은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 정부·여당은 야당이 방송 공정성을 주장할 때마다 정치권이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하고 방송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다 정작 자신들이 방송에 압력을 행사하고 공정보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 방문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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