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10일 최종 결정된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 판결을 내리게 될 경우 오는 5월9일 전에 대통령 보궐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한·미와 북한 양 측을 “서로를 향해 달리는 기차”라며 반대의 표현을 쏟아냈다.

10일 오전11시 탄핵심판 선고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결과를 선고하기로 했다며 8일 밝혔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날 오후 2시간30분 가량 재판관 회의인 평의를 열어 이와 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선고과정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역대 다섯 번째 생중계로, 그동안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행정수도 이전, BBK 특검법 권한쟁의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심판에 대한 생중계를 허용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이에 따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최종 변론 종결 뒤에도 추가 변론이 필요하다며 냈던 변론 재개 신청서는 자동 각하됐다. 헌재는 9일과 10일 오전 선고 직전까지 평의를 거듭하며 최종 점검에 매진할 방침이다. 결정문 최종본은 선고 당일에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일찌감치 결론을 내려놓고 선고일을 택일하는 것을 두고 고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9인 재판관 체제에서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1명의 재판관이 없는 8인 재판부가 내린 결정은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식이 에정된 13일 이후 2명의 재판관을 임명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고려해 최대한 선고를 미뤄보려는 꼼수로 풀이된다. 헌재는 대통령 직무 정지라는 위급 상황을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유지될 7인 재판관 체제가 되기 전 선고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식인 13일도 유력하게 선고일로 거론된 바 있지만 ‘졸속 결정’이라는 대통령 측 항의를 피해가기 위해 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일보는 한 전직 재판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재가 13일에 결정을 내리면 마치 심리기간이 부족해 마지막 날까지 평의를 열고 쫓기듯 결정한 것처럼 보여 오히려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심리와 평의를 통해 윤곽이 나왔고 각 재판관들이 심증을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적기를 찾기 위해 고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심판 이후 박 대통령의 운명은

주요 일간지들은 탄핵 심판 결과를 인용과 기각으로 나눠 박 대통령의 향후 거취를 분석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의 재판관이 탄핵에 찬성할 경우 탄핵심판은 인용으로 결론나고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된다. 이 경우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음과 동시에 박 대통령은 직위에서 파면되고, 청와대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짐을 싸서 나와야 한다. 탄핵심판은 일반 형사 및 민사재판 같은 3심제가 아니라 단심제이기 때문에 선고와 함께 결정이 확정된다.

▲ 서울신문 3면 기사 갈무리.
▲ 서울신문 3면 기사 갈무리.
파면이 확정되면 경호를 제외하고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는 대우도 받지 못한다. 향후 5년 간 공직에 취임할 수도 없고 사면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연인 신분’이 되면 불소추 특권 역시 사라져 곧바로 검찰의 강제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파면 확정 이후 본격 대선 구도가 펼쳐지므로 검찰이 정치적 이유를 들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선은 오는 4월29일 이후 5월9일 전에 치러진다. 헌법 68조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35조에는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대체로 대선일을 5월9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연휴 사이에 낀 2일과 4일 역시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때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연휴를 이유로 투표일이 극히 낮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신문은 박 대통령 측이 탄핵이 인용될 경우 재심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심 사유가 있는 경우 당사자가 사유를 안 날로부터 30일이내, 결정이 있는 날부터 5년 이내에 이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아주 예외적으로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항을 판단하지 않았을 때’ 재심이 허용되는데,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탄핵 심판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92일간 직무정지 상태에 있던 박 대통령이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수사도 제동이 걸리며 대면조사 역시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했던 박영수 특별 검사팀도 최순실씨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검찰 측은 8일 취재진들의 ‘탄핵 정국과 상관없이 수사는 원칙대로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 측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선고일 전까지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운명의 순간을 기다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탄핵 선고일 ‘갑호 비상’ 발령

경찰은 선고일 당일에 최고 경계태세인 갑(甲)호 비상을 발령해 과격행위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당일을 기점으로 탄핵찬성과 반대 측 집회가 더욱 격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갑호 비상은 ‘갑-을-병 경계강화’ 중 가장 높은 수위이다. 선고 다음날인 11일 이후에는 서울지역에 을호 비상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 국민일보 2면 기사 갈무리.
▲ 국민일보 2면 기사 갈무리.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 본부(탄기국)’의 사무총장 민모씨는 8일 헌재 부근에서 열린 집회서 반입하는 시위용품을 확인한 경찰에 주먹을 휘두른 혐의(공무 집행 방해 등)로 체포되기도 했다. 탄기국 측은 8일을 시작으로 11일까지 3박4일간 헌재 인근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열 계획이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긴급행동에 돌입했다. 퇴진행동은 선고전날인 9일 오후 7시 광화문, 선고 당일인 10일 오전 9시 헌재 앞, 그리고 선고 당일인 저녁 7시부터 11일까지 광화문에 모일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중국 “사드 배치 중단하라”…미국 중국기업에 경제재제

중국이 미국을 향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긴장고조 행위 자제와 함께 ‘대화’를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한·미의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은 벼랑 끝에서 말을 돌려 사드 배치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날 오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 중앙일보 2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2면 기사 갈무리.
왕 부장은 “사드는 감시 범위가 한반도를 벗어나 중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며 “사드 도입은 잘못된 선택이기 때문에 중국은 처음부터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드 배치는 이웃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한국 자신을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갈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벼랑 끝에서 말을 돌려 사드 배치를 중단해 잘못된 길로 더 멀리 가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위반하고 있고, 한·미는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며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정말 충돌할 생각이냐”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중국은 사드 배치에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핵 문제에서는 스스로를 양쪽의 충돌을 예방하는 ‘반다오궁(열차 선로를 옮기는 사람)’으로 규정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병행 추진’(비핵화·평화체제 전환)의지를 밝혔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조되는 긴장을 낮추기 위해 관련 각국이 모든 긴장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일단 모여서 대화해보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겨레는 이러한 중국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풀이했다. 중국의 경우 사드 문제는 북핵 문제의 범위를 넘어선 미-중 간 전략 경합의 문제로 보지만, 미국과 한국은 사드를 북핵 방어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현지시간 7일 잇따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퇴임하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중국은 한국에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와 영향력을 북한을 설득하는데 사용하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경제 재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본격적인 중국 제재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정부는 이날 중국통신장비업체 ZTE에 대북한·이란 금수조치 위반 혐의로 11억9200만달러(한화로 약1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특히 이러한 막대한 벌금규모는 지금까지 미국이 제재 위반과 관련해 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액 중 가장 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ZTE를 처벌한 근거는 이란과의 무역을 제한하는 미국 상무부의 이란거래제재규정(ISTR)과 수출 관리규정(EAR)이다. EAR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에 군사적 용도로도 쓰일 수 있는 기술과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규정이다. 향후 미국이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된다면 북한 대외 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벌금 규모를 떠나 트럼프정부가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기업을 처음으로 직접 처벌했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며 “사건 자체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직접 중국 기업을 처음으로 손본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더구나 사드가 한반도에 전개되자마자 벌금액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중국이 체감하는 미국의 메시지는 매우 강경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앙일보 역시 이번 ZTE 제재가 "중국을 향해 '북한의 핵 개발을 막든지, 아니면 미국에서 장사를 접든지'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향후 미국의 경제제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점쳤다. 내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하지만, 양 국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나오며 고율관세를 매겨 중국산 수입품의 미국 진입을 차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는 것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을 미국 정부가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역시 사드 갈등을 계기로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병기 국정원 전 원장 “국정원, 보수단체에 돈 댔다”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특검팀은 지난1월2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이 전 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그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지난 1월 특검 조사에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기조실장한테 그런 내용에 대해 보고 받았지만 계속 그런 지원이 있어왔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굳이 터치할 입장은 안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보수단체 자금 지원 의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전직 국정원장의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내가 (국정원장으로) 있던 시절에도 지원을 했고, 지금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상세한 (지원) 내역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전 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에 지원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의 이러한 보도에 따른다면 국정원이 민간 보수단체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가정보원법(제9조)을 보면, 국정원장을 포함한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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