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공식 발표와 달리 실무진과 함께 '3월 세월호 인양 완료' 계획을 논의·준비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해수부가 지난 3여 년간 일정·절차 등을 불투명하게 공개해 온 탓에 일각에선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지방의 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작업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3월21일 소조기 기준안'을 논의했다. 3월 소조기(조수간만 차가 가장 작고 유속이 느린 시기)인 3월21일 경에 선체를 인양해 4월이 되기 전 선체 항만 이송을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기준안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은 3월18일부터 20일 경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주일에 걸쳐 선체를 목포신항만으로 이송한 후 3월 말까지 선체 양륙 준비 및 육상 거치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이 논의된 것이다. 기상 변동 등 특별한 문제가 없을시 '3·21 기준안'대로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관계자는 "회의 내용대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3월7일 자) 뉴스를 보니 4월 초라는 얘기가 나오더라"면서 "'좀 연기됐나 보구나' 그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관계 기관은 기상 문제가 없으면 기존 계획대로 하는 것으로 준비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 2016년 12월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56회 '두 개의 밀실' 편 화면 갈무리.
▲ 2016년 12월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56회 '두 개의 밀실' 편 화면 갈무리.

내부 사정을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3월 말까지 인양 작업을 끝내는 계획이 목포 검경에 전달됐다고 들었고 관계기관이 (준비 문제로) 정신이 없다고 들었다"면서 "해경은 방역, 육경은 주변 시설 관리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해수부는 지난 7일 세월호 인양 작업이 4월 초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 3주기 이전에 한 차례 소조기가 있는데, 이때 첫 인양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달 말까지 준비 작업을 완료해 세월호 인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내달 초 소조기인 4~6일에 인양 작업 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양이 3월 중순과 4월 초순 중 어느 시점에 이뤄 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인양 작업을 감시하는 유가족의 시선을 분리시키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반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4월 초로 미뤄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416가족협의회와 함께 인양 작업을 지켜 본 관계자는 "해수부는 항상 작업을 해놓고 뒤늦게 유가족이 알고 문제제기를 하면 '연락을 못했다'고 하던지 당일 혹은 하루 전에 연락해서 가족이 대응을 늦게 하게 만들었다"면서 "4월로 밝혀놓고 일선에서는 3월 중순으로 해놓은 것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의 증거 은폐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정성욱 416가협 인양분과장은 지난해 12월31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에 뚫어놓은 구멍 140여 개 중 가장 큰 7개는 1m20㎝에서 1m60㎝정도"라며 "웬만한 증거는 이미 빼돌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된 차량·화물칸(C·D데크)의 증거를 은폐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에 참여했거나 인양에 참여했던 국내잠수사들의 화물칸 접근을 막아 왔다. 정부의 화물칸 증거 은폐 의혹은 과적된 철근 278톤이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이송될 자재로 밝혀진 데다 국정원의 개입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더 증폭되기도 했다. 현재는 중국 잠수사들만이 화물칸에 접근할 수 있다.

정부는 인양과정을 지켜보게 해달라는 유족의 요청도 거부해왔다. 유가족들은 2015년 8월 사고 해역 인근인 동거차도에 직접 초소를 만들고 인양 작업을 감시해왔다. 유가족들은 인양 작업이 야간에만 이뤄진 사실을 파악하고 증거 은폐 의혹을 강조한 바 있다. 

유가족 시선 분리 의혹에 대해 정 분과장은 "원래부터 정확한 일정을 해수부와 공유하고 있지 않다 보니 (은폐 의혹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다른 측을 통해 (정보를) 듣다보니 조심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3월 내 인양 완료 준비 계획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3월에 (인양을) 한다는 것은 확정된 것도 없고, 아직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 만약 그런 말이 있었다면 참고하라는 차원일 수는 있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기상을 모르는데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대변인실은 "3월 말까지는 모든 준비 과정 거쳐서 4월 달에 첫 시도를 할 계획"이라며 "해수부 장관도 그렇게 말했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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