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건희 동영상’ CJ 부장이 촬영 지시했다.”는 제목의 뉴스가 모든 언론과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이건희 삼성 회장 성매매의혹 동영상보도후 해가 바뀌어 묘한 시점에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나 그것을 보도하는 언론이나 시민입장에서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성매매가 실제로 있었는지, 성매매 알선자와 장소제공자 등에 대한 수사결과는 없고 그것을 촬영한 사람과 부탁한 사람만 압수수색하고 구속했다고 한다. 불법으로 성매수행위가 있었고 불법으로 촬영했다면 그 모두를 수사해야 한다는 상식이 재벌앞에서 부정당하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는 이건희(75)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시킨 혐의로 최근 CJ 제일제당 부장 S씨를 구속한 것으로 보도됐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해 7월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이 회장이 여성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장면과 여성들과 대화하는 장면 등이 찍혀 있었다.

▲ 지난 2016년 7월21일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그룹 차원 개입?’ 영상 갈무리
▲ 지난 2016년 7월21일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그룹 차원 개입?’ 영상 갈무리
촬영 장소는 이 회장의 서울 삼성동 자택과 삼성SDS 고문 명의로 임대된 논현동 빌라 등이며,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 동영상에는 젊은 여성이 한 번에 3명에서 5명 등장하고, 여성들이 이 회장으로부터 수백만원씩의 돈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의 최고재벌이라는 삼성 회장이 정황상 불법적인 성매수를 했다는 언론의 고발이 있었지만 수사결과는 없었다. 기껏내놓은 것이 불법촬영한 사람이 누구며 삼성과 어떤 관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추리극을 발표했다. 이게 사건의 본질인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행해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2014년 세계일보가 보도했을 때 청와대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보다는 본질을 가리고 즉각 지엽적인 ‘문건유출’ 수사를 내세웠다.

권력에 대한 정당한 감시, 견제를 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은 수사를 통해 협박에 들어갔고 경영진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으름장을 놨다. 다른 언론도 박근혜 정부의 고압적인 대응에 보도 자체를 하지못하고 상황을 키우는 결과를 빚었다.

그이후로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은 이화여대로까지 불똥이 튀었고 곳곳에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며 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급기야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위기상황까지 왔다. 청와대의 정치권력이든 삼성의 재벌권력앞에 초라해지는 검찰이든 그 대응방식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제대로 된 검찰이라면, 불법촬영 수사와 함께, 불법 성매수와 성매매 알선혐의에 대해서도 관련자 압수수색과 구속을 함께 해야 한다. 재벌앞에서 권력앞에서 초라해지는 검찰은 그래서 항상 특검을 부르게 한다. 이런 검찰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비슷한 시기 필리핀 세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9명이 성매매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홍보됐다. 필리핀 세부 데일리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 필리핀 수사국(NBI)은 세부의 한 빌라에서 40~50대 한국인 남성 9명과 19~21살 필리핀 여성 7명을 성매매 혐의로 체포했다고 한다.

필리핀 관광을 갔다가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한국 남성 9명이 필리핀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이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돼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켰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경찰도 이들이 성매매 여부에 대해서 조사할 뿐 신분이나 여행목적, 동영상 촬영 등은 따지지도 않는다. 대신 성매매 알선한 사람들, 장소를 제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 지난 4일(현지 시각) 필리핀 세부의 한 빌라에서 성매매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 남성 9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수퍼발리타세부
▲ 지난 4일(현지 시각) 필리핀 세부의 한 빌라에서 성매매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 남성 9명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수퍼발리타세부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매매는 불법이다. 경영자의 윤리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고 범법행위에 대해 누구나 법앞에 평등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실을 사법기관이 먼저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검찰수뇌부는 주요 범죄혐의자들과 소통하고 수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빠져있을 정도로 신뢰를 잃고 있다. 이들에게 수사개시권, 지휘권, 공소독점권 등 독점적 권한을 계속 부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 언론은 친절하게 검찰의 추측, ‘동영상의 촬영 시점이 ‘삼성가(家) 상속 소송’이 불거진 시점과 겹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런 시점에 이루어진 성매매는 정당화, 합법화 되는가? 검찰의 주장처럼 상속소송과 성매매와 연관성이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건의 본질,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청와대도 검찰도 기본 원칙에 충실했다면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불행을 맞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가의 주요 권력기관들이 기본을 소홀히 하니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진실은 흐릿하고 곁가지가 국민의 판단조차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박정부에서 ‘정상의 비정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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