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 the Dots’라는 영어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점들 연결해보기’. 관계가 없거나 미약해 보이는, 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서로 연결, 수미일관한 하나의 설명틀을 만들어보거나 일목요연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을 뜻한다.
야만의 MBC
지난 2월 초 한 후배가 문화방송의 앞날을 염려하며 내게 이런 내용의 글을 보내왔다. “… 극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작금의) 보수세력의 헤게모니가 결국은 매우 극우적인 인물을 MBC 사장으로 선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조중동과 종편이 아직까지 극우로의 재편에 적극 가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세력은 자기들 손을 들어줄 주류 미디어를 반드시 하나쯤은 가지려 할 것이고 현시점에서 그 미디어는 MBC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
김 사장은 후속 인사에서 백종문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백종문? 지난해 1월과 2월 MBC 사태와 관련 도하 신문에 공개됐던 백종문 녹취록의 주인공. “… 파업 피디들 다 배제시켜… 고발 프로 전혀 못 하게 통제…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언급하며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 … ‘라디오는 다 빨갛다’ … ‘파업 배후 증거 없이 최승호, 박성제 해고’” 운운했던 인물이다.
중장기 물갈이 전략?
이러한 사태의 핵심에는 MBC의 극우화, 더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문화방송의 ‘일베화’라는 전략이 놓여있다. 이것이 지금 문화방송이 나락에서 구르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공영매체로서 깊은 신뢰와 명성을 쌓아온 문화방송을, 기왕의 여러 종편들을 넘어 남한 사회 수구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로 만들려는 기획. 그들의 입장에서 이건 매우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누군가가 실제로 이런 구상을 만들고 추진하는 증거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Connect the Dots’, 즉 문화방송을 둘러싼 작금의 여러 정황들을 묶어보면 충분히 이 같은 전략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과거의 사실 하나를 더하면 그림은 더 분명하게 완성된다.
그렇다면 MBC ‘일베화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남한 사회에서 우익 집단이 생존·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토대는 기득권 세력의 물적·법적 지원이다. 이것이 없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목격하고 있는 예를 들면 ‘태극기 집회’ 같은 것은 거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박근혜 탄핵’이 극히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MBC의 정상화!
방송, 나아가 모든 언론은 그 소유형태의 법적 성격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사회 공동의 자산이다. 왜냐하면, 미디어의 공공적 기능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미디어는 사회정의를 실천하고 문화환경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방송의 정상화, 다시 말해 MBC ‘일베화’를 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일,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 문화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문화방송은 물론 KBS 등에 대한 불법 부당한 방송장악, 언론탄압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공영방송 경영진 구성의 방식을 바꾸어내는 것은 그 요긴한 첫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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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