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권교체냐가 중요해졌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이 볼 때 ‘무리수’인 발언들을 내놨다. 외연확장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안 지사가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를 흔들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연정과 임기단축을 포함한 개헌이다. 시민들의 개혁 열망과 달리 의외로 '안희정 정부'는 이 두 가지를 시작으로 각종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과 대연정

‘대연정’은 상반된 이념을 가진 정당이 연합하는 것으로 이념이 비슷한 정당이 연합하는 ‘소연정’과 구분된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내각에 국민의당·정의당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인물을 등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토론을 통해 타협을 이끄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대연정 발언이 나온 이상,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되면 곧바로 내각에 주요인물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선체인양을 담당할 해양수산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최근 학제개편 논의도 나온 교육부, 일자리의 양과 질 문제를 다룰 노동부, 용산참사-백남기 농민을 공격한 경찰(행정자치부), 메르스 사태와 국민연금 의결권에 영향력이 있는 보건복지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국토부 등을 떠올리면 대연정 자체가 자칫 정권의 위기, 민생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특검의 조사결과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특검의 조사결과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최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간신히 통과했다. 세월호 3주기가 다가오는데 아직 선체인양조차 하지 못했고 세월호 특조위는 사라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합의한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가 이를 저지했다. “세월호 인양시점이 불분명하니 법부터 통과시킬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박근혜-자유한국당 세력이 서로 소통은 하는지, 그들의 말을 선의로 해석할 수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 불투명하다. 이런 대연정이라면 개혁 추진은커녕 대화조차 힘들어 보인다.

안희정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자유한국당은 대연정을 요구하며 차기 정부를 공격할 수 있다. 대연정이 이루어지면 각종 개혁과제를 저지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행했던 과거사·친일 관련 위원회라도 만들 경우 자유한국당은 어떻게든 이에 참여해 저지하려 들 수 있다. 대연정이 큰 성과를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안 지사는 보수 성향 국민의 소리를 듣고 설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세력에 손을 내밀었다. 정치세력을 끌어안는 게 곧 민심을 껴안는 것으로 이어질 순 없다.

1990년 3당합당, 1991년 분신투쟁 이후 14대 총선이 있었다. 3당합당으로 민자당은 299석 중 221석, 의회의 74%를 독식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야합으로 민심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다음 총선 때 민자당 149석, 민주당(평민당과 꼬마민주당이 총선 후 합당) 97석으로 시민들은 선명야당을 회복해줬다.

[관련기사 : 안희정의 ‘대연정’은 민주당 몰락의 씨앗]

개헌주장으로 임기단축 요구

개헌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빌미로 차기정권에 임기 단축을 요구할 것이다. 안 지사가 소위 ‘비문재인’ 개헌파를 껴안으려 임기단축을 전제한 개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줄이겠다며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택을 해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럼에도 당시 민심이 크게 반응하진 않았다.

지금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 임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개헌을 주장한다. 향후 총선은 2020년, 2024년 등으로 이어지고 대선은 2017년, 2022년 등으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0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주장이다. ‘비문’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를 줄이자는 건 정치공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임기를 3년으로 줄인다면 3년간 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1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MBN에서 열린 뉴스와이드 생방송 토론회에 앞서 남경필(왼쪽부터)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1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MBN에서 열린 뉴스와이드 생방송 토론회에 앞서 남경필(왼쪽부터)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향후 개헌의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의원들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적어도 총선을 2022년에 치르자는 등 자신의 임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안 지사가 대통령 후보가 안 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임기를 줄이라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수구진영에 흔들렸던 과거가 반복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헌법의 허점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헌법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므로 개헌이 해법인 것처럼 주장해선 안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친박진영에서는 헌법재판소 공격을 중심으로 한 개헌까지 주장할 것이다.

적폐청산·대중외교 과제만 산더미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정치에 참여하고,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에선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검은 수사기한이 종료됐고, 국정역사교과서는 폐기되지 않았다. 가계부채는 134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사드배치 강행으로 중국의 보복은 현실화되고 있다. 상당수 과제가 적폐세력과 단절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외연확장에 도움을 줬던 발언이 정권교체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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