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황유미씨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해결의 물꼬를 튼 직업병 피해자입니다. 2007년 3월6일, 23세에 숨을 거둔 그녀의 죽음은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켰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겨졌습니다. 황씨의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피해자들이 그녀가 알린 싸움을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故 황유미 10주기’를 맞이하는 오는 3월6일까지 이들의 연속 기고문 네 편을 싣습니다.(편집자주)

이재용이 불법과 편법으로 삼성그룹 승계의 발판 마련을 시작했던 20년 전, 미선 씨는 눈과 미래까지 잃을지 모르고 삼성 LCD 공장에 입사했다. 김미선씨는 1997년 입사했는데 환기시설, 국소배기장치도 없는 작업장에서 납땜 작업과 유기용제를 이용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건강하나만큼은 자신했던 그녀는 입사 후 불과 3년 만인 2000년부터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마비되는 증상을 보였다.

결국 미선씨는 그해 퇴사했다.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질환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제대로 걷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니 친구를 만날 수도 없었다. 외롭게 버텨야했다. 특히 시신경으로 증상이 번져가고 있어 미선씨는 이제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지 모른다.

미선씨가 삼성에 입사할 즈음인 20년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3대 세습을 준비했다. 1996년 에버랜드전환사채 저가발행,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채권 저가 발행 같은 불법과 편법을 이용해 결국 삼성그룹 승계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룹 전체를 차지했다.

두 사람의 20년이다. 누군가는 청춘을 바친 공장에서 병을 얻어 고통 속의 살면서, 빛과 미래를 동시에 잃을 위기다. 하지만 누군가는 불법과 편법으로 출발해 20여 년 동안, 그녀가 일했던 공장을 포함해, 삼성그룹 전체를 차지했다.

▲ 속초 지역 시민들이 황상기씨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단체 '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에서 속초 시내 곳곳 및 황유미씨가 졸업한 설악고(전 속초상고) 인근에 고 황유미씨의 10주기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붙였다. 사진=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
▲ 속초 지역 시민들이 황상기씨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 '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에서 속초 시내 곳곳 및 황유미씨가 졸업한 설악고(전 속초상고) 인근에 고 황유미씨의 10주기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붙였다. 사진=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

‘유전무죄’ 삼성 바로잡을 때는 지금밖에 없어

두 사람의 20년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미선씨에게 작은 희망은 산재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적절한 보상과 보호조치를 받는 것, 그리고 삼성이 스스로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뿐이다. 지나간 20년을 보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그녀에게는 남은 40년, 50년에 대한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직업병 피해자를 외면하고, 3대 세습에 골몰했다. 하지만 결국 각종 범죄에 연루 의혹을 받고 2월17일 구속됐다. 그러나 그에게는 미래가 있다.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그의 편이 많고, 여전히 그는 가용할 자원이 차고 넘친다. 그는 앞으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판결을 받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구치소에서 나온 그가, 법원의 최종판결을 받은 그가 과거와 바뀌지 않는다면, 삼성의 미래는 어둡다. 뇌물이나 횡령을 비롯한 갖가지 범죄와 총수전횡을 비롯한 삼성의 범죄가 앞으로는 없어야 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삼성은 이제라도 미선씨를 비롯한 다른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직업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디 미선씨 뿐인가? 여전히 삼성은 직업병문제를 외면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7일 구속된 이후 2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구속기간은 3월8일까지다. 모르긴 해도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구속된 2주, 또, 3월8일까지 20여일이 참기 힘든 시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버티며 살아온 이들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다.

올해도 삼성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은 황유미씨 추모주간을 맞으며, 삼성직업병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3월6일은 황유미씨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지 10년째다. 그리고 직업병 피해자들이 삼성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인지 500여일 째다. 삼성 때문에 멈춰버린, 반올림 직업병 피해자들의 시간을 다시 바로잡아야할 때다. 오는 3월6일 삼성본관 앞에서는 어김없이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삼성은 직업병문제 올바로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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